김미경 기자
고구려 시대의 악습(惡習)중에 고려장(高麗葬)이라는 것이 있었다. 늙고 병든 사람을 산채로 깊은 산 속 광중에 두었다가 죽으면 매장하는 것이 고려장이다.
가난에 지친 백성들이 인간의 도리를 포기하고 저지른 악습이었던 고려장이 얼마전 한 지식인의 실언비행(失言非行)에 의해 되살아난 느낌이다.
서울 팝스 단장인 하성호씨의 한국 비하 발언은 5천년 역사를 고려장 시킨 것과 다름없다. 그의 발언은 한국사람으로서의 근본과 정체성의 근거를 의심케 한다.
한국은 역사상 한번도 승리를 하지 못했다는 그의 주장은 회의주의자의 넋두리로 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하 단장의 실언은 일부 지식인들의 피상적인 외국풍조에 대한 무분별한 절대 숭상의 단면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특히, 오랜 유학 생활로 인한 정체성 혼돈과 막연한 서양 문물에 대한 동경을 가진 그들의 사고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 단장의 언행은 가난하고 무지한 부모를 무시하고 탓하는 패륜적인 자식으로 비춰짐이 과장된 표현일까?
미국을 세계의 최고라고 말한 그의 상식에는 어떠한 역사적 객관성과 보편성 근거에 의한 판단인지 사뭇 궁금하다.
한 나라의 역사를 주관적인 해석으로 비교 평가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정신의 객관성(objectivity of mind) 체계를 상실했다.
그는 존재 정립이 먼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식만을 수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지식이란 날카로운 칼과 같아서 그 활용 가치에 따라 무기도 되고 생활 필수품도 된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지식인들이 가장 먼저 내재해야할 것은 본질적인 정체성 통찰이라고 여겨진다. 사회 지도자들인 지식인들의 언행 여파는 사회적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오늘날 핵 위험만큼이나 위협적인 것은 정체성 부재로 인한 객관적 실존의 인식 상실이다. 정체성 부재는 사회의 분열과 혼란을 가중시키는 힘을 가진다.
글로벌시대에 반하는 지나친 민족 우월주의는 배제되어야 마땅하나 객관적인 이해의 영역 안에서의 정체성 확립은 필수적이다.
혼돈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총체적 성찰을 통해 상호 객관적인 정체성을 정립해야 하리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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