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금순<주부>
자장가 같기도 하고 그리운 이의 다정한 음성 같기도한 밤빗소리가 베갯머리 저편에서 자분자분 들려옵니다. 밤비는 뒤뜰에 단풍나무 가지에 남아있던 마지막 잎새 마저 떨어내고 아침에는 맑게 씻은 해를 띄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뒤뜰이 제일 궁금해서 부엌으로 통한 문을 열고 나가본다. 잔디가 깔린 뒤뜰 한 켠 에는 호두나무와 단풍나무 외 몇몇 꽃나무가 있고 잔디위로는 내가 짬이 날 때마다 들락거리는 제법 널따란 나무 베란다가 있다. 베란다 가장자리엔 항아리 몇 개가 있는데 그 항아리를 보고 있으면 어머니의 장독대가 생각나면서 마음이 푸근해진다. 항아리 옆으로는 여러 개의 크고 작은 화분이 있는데 이민 와서 딱히 정 부칠 곳이 없던 때부터 키우기 시작한 화초가 많이 늘었다. 벤자민, 선인장, 바이올렛과 란, 도라지와 더덕꽃 까지. 잘 키워서 이웃집 갈 때는 분양도 해주고 또 얻어오기도 하면서 서로 꽃 이야기를 나누면 마음도 꽃처럼 환해진다.
전에 어른들께서 화초나 채소를 가꾸시며 대단하게 얘기들을 주고받는 것을 보며 그것이 삶에 그토록 재미있는 화제거리가 될까 하고 의아해 했었는데 이제는 이해할 것도 같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자연과 가까워지고 친해지다가 종래에는 자연으로 돌아가 그 자연의 일부가 되어 어느 들판에서 어린 꽃들을 키우겠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제는 Highway 1번을 타고 샌프란시스코를 지나 산타로사까지 먼 길을 다녀왔다. 차를 타고 달리면 길 가에 들풀들이 손을 흔들며 환호하는 몸짓이 반갑고 운전을 하면서도 손잡고 가자고 하는 남편이 나는 고맙고 기쁘다.
차 창 밖으로 보이는 산등성이에는 연둣빛 풀 물이 들기 시작하고 들판에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수채빛으로 아름다웠으며 하늘과 이어진 바다는 눈이 모자라 다 볼 수 없을 만큼 넓디넓게 푸르렀다.
남편과 나는 잠시 차를 멈추고 절벽에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겨우내 묻어있던 일상의 먼지를 털어내며 심호흡을 했다. 자연의 아름다운 신비는 지으시고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고 말씀하신 하나님의 정원다웠다.
이토록 고운 자연 속에 살면서 때로는 너무나 이기적인 사람들을 보면 미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만물 중에 으뜸으로 사람을 지으신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새 봄에도 또다시 사랑하며 살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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