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효 <실버스프링, 메릴랜드>
오래 전에 우리나라에 ‘청백리’ 상이라는 것이 있었다. 청렴결백한 공무원에게 주는 포상이었다. 이 상에 대한 기사를 신문에서 읽고 세상에 이런 상도 있나 하고 쓴웃음을 지은 기억이 나는데, 공무원이 청렴결백한 것이 당연한데 그러한 공무원에게 상을 준다는 것은 선정 안된 모든 공무원들은 도둑이라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 이 ‘청백리상’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나는 계기가 있었는데, 섬기던 교회에 잘 알려진 목사님을 모시고 부흥집회를 가질 때였다. 집회에 참석한 성도들이 한결같이 “이번 강사 목사님은 확실히 뭔가 다르다” “강사 목사님은 진짜 목사답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강사 목사님에 대한 칭찬은 좋은 일이나, 한편으로는 목사님이 목사님다운 것이 칭찬이 되었으니, 다시 말하면 목사님이 목사님답지 않은 분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도 되어서 그냥 가볍게 들어 넘길 수가 없었다.
주위에 인격과 신앙이 훌륭한 목사님들, 연약한 장애우들을 힘써 섬기고, 생명을 걸고 척박한 땅에서 복음을 전하는 여러 목사님들과 가깝게 교제하는 복을 받았다. 반면에 교회에 오래 다니다 보니, 본인은 평신도와는 신분이 틀린, 즉 구약시대의 하나님과 백성간에 중재 역할을 담당한 제사장적 신분을 가진 것처럼 대우받기를 원하는 목사들도 만나게 되었다. 신약시대의 모든 성도들은 그 직분은 틀리지만, 신분은 하나님 앞에서 다 같은데도 말이다.
이웃집 캐시 목사님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번은 아내 친구가 우리 집을 처음 방문하였는데 집을 찾다가 이 목사님 드라이브웨이에 차를 세워놓고 몇 집 건너 우리 집을 찾아 들어왔는데, 그만 이 사실을 깜빡 잊고 같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열어보니 이 목사님이 혹시 이 댁에 손님이 오지 않았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사연을 알아보니 목사님이 외출하려 하는데 웬 낯선 차가 서 있기에 살펴보니 문이 잠겨있지 않고 여인의 핸드백이 있어 열어보니 동양인의 운전면허가 있어 우리 집을 두드리게 된 것이다. 이럴 경우 경찰에 연락을 해서 차를 견인해 가는 것이 보통인데 우리 집을 찾아 와서 나의 설명을 듣고 화도 내지 않고 이해하는 목사님에게 경의를 표하였다.
그 후 길에서 만나 근황을 여쭈어 보니, 담임목사로 섬기던 교회에서 은퇴하시고, 그 교회에서 시무 장로로 섬긴다고 하시기에 저으기 놀랐다. 이것이 한국교회 목사님들에게도 가능한 일일까? 많은 목사님들이 특별신분의 대우받기를 원하고, 나아가 담임목사 세습제로 시끄럽고, 은퇴하신 담임목사님은 그 교회의 원로목사가 되어 목회에 간섭해 목회하기가 힘들다는 소리도 간간이 듣는데, 이 분은 담임목사직을 은퇴하고 장로로 섬기니 참 아름답다고 생각되었다. 이러한 일이 미국 교회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일인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대통령 임기 후에 망치와 톱을 들고 가난한 자들의 집을 지어주는 지미 카터 대통령이나, 이 캐시 목사님 같은 분들이 섬김을 받으려 온 것이 아니라 섬기려 오시고, 제자들의 발을 씻기기까지 낮아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은 예수의 참된 제자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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