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희 미주본사 논설위원>
35년전 이맘때 서울에 명물이 등장한다. 3월22일 청계 고가도로가 개통되었다.
높이 솟은 삼일 빌딩과 그 옆의 ‘고가도로’는 7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의 발전상을 보이는 대표적 상징물이었다. 청계천 복원을 위해 지난해 철거되기까지 청계 고가도로는 서울 도심교통의 동맥 구실을 했다. 그 과정에서 중년층에게는 이런저런 추억과 향수가 서린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청계 고가도로라는 거대한 구조물이 지어진 동기가 참 엉뚱했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교통을 원활히 해서 서울시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획하고 계획해서 시공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을 지내고 지금은 은퇴한 70대의 손정목씨가 지난해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라는 책을 내면서 밝힌 바에 의하면 고가도로의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워커힐 왕래를 편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역시 도심 교통 체증을 덜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강변도로도 사실은 박대통령이 김포공항에 편하게 갈 수 있게 하려는 발상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한다.
엄청난 예산과 시간이 투자되고, 한번 지어지면 쉽게 바꿀 수도 없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국민이 아니라 통치권자 한사람을 위해 착안되고 추진되었는 말이다. 독재정권 하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박근혜씨가 한나라당 대표로 당선된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입만 열면 ‘민주화’를 내세우는 시대에 ‘독재자의 딸’이 대표 야당의 얼굴이 되는 사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옛날 제나라에 금을 무척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이 사람이 하루는 의관을 단정히 차려입고 선비 행세를 하며 시장의 금 파는 가게로 갔다. 많은 사람들이 흥정을 하고 있는 가게 안에서 그 사람은 겁도 없이 금덩어리를 훔쳐 달아나다 붙잡혔다.
그 많은 사람들이 있는 데서 도둑질을 하면 붙잡힐게 당연한데 왜 그런 짓을 했느냐고 관청으로 끌려온 그에게 관리가 호통을 쳤다. 그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금을 훔칠 때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금만 보였습니다”
열자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지지율 하락으로 다급해진 한나라당이 소위 사람들 이목보다는 ‘박정희 후광’만 보기로 작정을 한 것같다. ‘박정희’만 내세우면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지지할 골수 지지층을 일단 확보하고 보자는 계산일 것이다. 한국에서 ‘박정희 후광’의 시효는 언제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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