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할 사연있나…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수석보좌관이 9.11청문회 공개증언을 끈질기게 거부, 직속상관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위해 무언가 숨겨야할 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광범위한 추측을 낳고 있다.
라이스는 9.11 테러진상조사를 위한 10인 위원회 위원들 앞에서 이미 비공개 증언을 한바 있다.
하지만 조사위는 클린턴과 부시 행정부에서 테러조정관을 지낸 리처드 클라크의 최근 증언으로 인해 라이스의 공개적인 ‘선서 증언’을 청취해야할 필요가 발생했다며 그녀가 청문회에 출두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자신과 정보당국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테러위협을 등한시 했을뿐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알카에다와 이라크를 무리하게 연결시키려 들었다는 클라크의 주장과 관련, 국가안보 수석보좌관의 공개적인 반론을 듣고 싶다는 것.
그러나 클라크가 제기한 의혹의 성격상 라이스로선 공개 반론을 피할수도, 그렇다고 ‘선서 증언’을 받아들이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미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에 압박을 가하기 시작한 의혹을 해소하려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야겠지만, 자칫 혹떼려다 혹붙이는 누를 범하기 십상이다. 증언의 내용에 상관없이 민주당의 정치공세가 이어질 것 역시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이럴바엔 대테러전이 계속되는 비상시국에 국가안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맞불을 놓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게 백악관과 라이스의 결론인 듯 하다.
라이스가 “대통령과 보좌관 사이의 대화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오래된 원칙”이라는 입장을 앞세워 공개증언 압력에 맞서는 한편 TV 대담 등 ‘선서’의 필요가 없는 비공식 채널을 통해 클라크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반면 민주당은 어차피 이번 ‘진실게임’에서 잃을 것이 없다. 라이스가 공개증언을 하건 안하건 간에 실리를 챙길수 있는 윈-윈 포지션에 위치해 있다. 상대방의 곡물창고에 불이 붙는 광경을 지켜보며 가끔씩 입바람을 불어넣으면 된다. 적어도 공화당과 백악관이 민주당 대선후보 확정자인 존 케리 상원의원에 대한 반격거리를 찾아낼 때까지는 그렇다.
<이강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