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거부 여론악화 “정면 대응” 급선회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 수석보좌관이 9.11테러 조사위원회에서 공개 선서증언을 하기로 방향을 급선회한 것은 명분 없는 버티기가 여론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가 알카에다의 명백한 위협을 무시한 채 9.11과는 전혀 연결고리를 갖고 있지 않던 이라크 잡기에 치중했다는 리처드 클라크 전 테러조정관의 주장에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파장확산을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백악관의 방향선회 결정엔 라이스 보좌관이 버티기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나쁜 선례 확립”의 논거가 허물어져 내린 것 역시 힘을 보탰다.
사실 백악관 보좌관은 장관 등과 같이 연방의회의 인준을 받는 관리와 달리 연방의회 및 조사위원회에 공개증언을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하버드 법과대학의 헌법전문 교수 찰스 프리드에 따르면, 과거 백악관 보좌관들이 증언한 전례는 비공개 증언이었거나 형사처벌이 연관된 특별한 상황이었다.
정치 관계자들은 그러나 라이스 보좌관이 클라크의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각종 언론 인터뷰에 출연했기 때문에 삼권분리를 지키기 위해 증언할 수 없다는 주장이 신빙성을 잃게됐다는 견해다.
아메리칸 대학의 허먼 슈워츠 헌법전문 교수는 “대통령 특권의 취지는 보좌관들이 대통령에게 터놓고 조언할 수 있도록 이를 비밀로 지킨다는데 있다”며 그러나 라이스가 언론에게 자신의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놓고서 대통령 특권을 주장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일간지 USA투데이가 CNN, 갤럽과 공동으로 실시한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53%가 부시 행정부가 9.11테러 이전의 정보취급에 대해 “뭔가 숨기고 있다”고 믿고 있고 54%는 부시 대통령이 테러공격을 막기 위해 더 노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장이 이처럼 증폭되자 공화당 인사들도 백악관에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조사위의 공화당 출신 위원인 존 레먼 전 해군장관은 “원칙을 따질 시기는 따로 있다”며 특히 조사위가 연방의회가 아닌 독립기관인 이상 라이스 보좌관의 공개증언이 삼권분리를 침해한다는 백악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백악관측은 직격탄을 맞아가며 의혹만 증폭시키는 버티기를 철회하되 라이스의 공개 선서증언뿐 아니라 대통령과 부통령의 비공개 증언까지 덤으로 제시, “우리는 잘못된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 했을 뿐, 다른 정치적 목적 때문에 공개 증언을 거부한게 아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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