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원 <락빌, MD>
얼마 전 ‘자유대한민국 수호에 미주 한인이 나서야’라는 글을 읽었다.
자유기고가라고 밝힌 이 분의 폭력적이고도 위협적인 말에 일일이 대꾸할 가치는 없지만 한가지 1972년7월4일 발표한 ‘남북공동성명’ 이야기는 들었는지 궁금하다. 이 분 논리라면 국가보안법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도 척결해야 됐으며 더욱이 글 쓴 분이 가장 증오하는 북한을 독립적이고도 합법적인 국가로 승인한 UN도 먼저 척격해야 되리라 보인다.
국가보안법에는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등에도 불고지죄가 성립된다. 하여 이웃에 오신 손님 간첩인가 살펴보자는 고지 의무를 강제 당할 때 고지하지 않은 모든 사람들을 먼저 척결해야 한다. 국가보안법 불고지죄에는 적국의 잠입, 회합, 찬양, 편의제공 등이 해당된다. 따라서 작금의 남북회담과 금강산 관광은 물론 이산가족 상봉 등은 모두 회합, 잠입의 국가보안법에 위배되므로 이 모두 척결의 대상이 된다. 글 쓴 분은 미주 한인에 호소할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와 UN에 척결을 먼저 호소해야 순서일 것 같다.
이제는 모든 색깔을 제대로 보고 제대로 생각할 때도 됐다. 제국주의로 흐르는 초강대국을 받들어 모시기만 할 것이 아니라 같은 눈높이에서 볼 때도 됐다.
과연 대한민국의 하늘이 온통 빨간가. 차라리 못나도 좋으니 부끄러운 대한민국은 되지 말아야 될 때가 아닌가. 전 세계가 비웃는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철학자의 석방을 말하는 것이 척결의 제1순위가 되는가. 그런 논리를 따른다면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듣는 것도, 톨스토이의 작품을 읽는 것도 척결의 대상이 되며(윤이상 처럼), 더욱이 조선이라는 제목을 사용하는 조선일보 같은 거대 보수 신문도 척결돼야 할 판이다. 그 분의 논리에 의하면 나 개인도 불행하게도 척결의 대상이 된다.
나도 그 분 못지 않게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당하게 말한다. 80년 전두환의 국보위가 반공법과 보안법을 통합 개정한,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는 국가보안법은 폐지해야 되고, 주한 미군은 단계적으로 철수해야 하며, 한미동맹은 호혜평등의 국제관계 원칙에 의해 다시 개정, 폐지되어야 하며, 이라크 파병은 절대로 반대하며,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을 바라며, 송두율 교수를 조건 없이 석방해야만 한다. 더욱이 이스라엘과 미국의 중동에서의 차별정책이 없다면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꿈도 꾸고 있다.
이러한 내가 그 분의 말대로 좌익(빨갱이)이건 아니건 간에 나도 조국 대한민국을 걱정하고 있다. 어찌 새가 한쪽 날개로만 날 수 있단 말인가. 신문에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는 분이라면 지식인으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제’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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