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범종 기자
미주동포들의 의식은 미국행 비행기 트랩을 오르는 순간 정지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기 어렵지만, 본국에서 가졌던 사회의식과 문제의식이 바쁜 이민생활에 젖다 보니 무뎌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표현한 말이라 할 수 있다.
이곳 동포들은 본국민의 통일관이 남북공생의 화해분위기로 흘러가도, 정치지형이 진보주의를 수용하는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변화되어도 이를 선뜻 받아들이기 꺼려한다. 그 이유는 군사독재시대의 경직된 사회 분위기에서 생성된 의식을 그대로 간직한 채 이민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평통 상항지역협의회(회장 김우정)가 27일 발표한 ‘해외동포의 통일의식에 대한 설문조사’는 이곳 한인들의 보수색채를 실증적으로 보여주었지만 반대로 변화에 대한 요구 또한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준 귀중한 자료였다.
이번 조사결과 동포들의 보수적 색채는 남북화해의 당사자인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76%에 이른데서 나타난다. 또 북한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폭격에서 비롯될지도 모르는 ‘한반도의 전쟁위기설’에 42%가 가능성을 염려하고, 촛불시위로 대변되는 본국인들의 반미감정에 응답자의 62%가 우려하고 있는데서 확인되었다.
그러나 평통위원의 선정방법과 숫자에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응답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 등은 과거 평통에 각인된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고 탈바꿈해야 한다는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여론조사는 막연히 이럴 것이다라고 추측해왔던 이곳 한인들의 통일의식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향후 평통의 진로를 모색해볼 수 있는 기초자료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처럼 제11기 평통이 구태에서 벗어나 부단한 자기변신 노력을 통해 거듭날 것을 바란다. 아울러 1천26명의 응답자를 받아낼 만큼 수고한 평통위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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