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명<엔지니어>
우리는 태어나면서 왜 귀는 두 개인데 입은 하나만 갖고 태어났을까. 혹자는 말하기를 보다 많이 들어주고, 가급적이면 자기의 입을 통해 나가는 말은 줄이라는 뜻에서 그렇다고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는 규범으로 이루어진 집단이다. 그 규범은 우리의 의지에 의해 일부는 문서로 이루어지고 서로간의 약속으로 이루어진다. 철부지 어린아이들의 말에서부터 인생의 황혼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내뱉는 말은 모두 일종의 약속이라고 해도 옳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많은 말을 하며 살아가면서 과연 얼마나 그 말에 대한 신뢰를 주고 충실히 지켜나가며 살아가고 있을까.
태어나면서 ‘으앙’하고 울며 열기 시작한 입을 통해 우리는 끊임없이 많은 자신의 약속을 토해낸다. 소꿉동무 시절 ‘나는 너의 각시가 될 거야’ ‘나는 너의 신랑이 될 거야’하는 철부지들의 소박하고 순수한 말에서부터, ‘공부 열심히 해서 다음엔 꼭 성적 올릴게요’ ‘엄마 아빠 말 잘 듣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착한 학생이 될게요’라는 학창시절의 때로는 빈말이 되는 공약도 쏟아내고, ‘당신만을 사랑하겠어요’ ‘영원히 당신의 사람으로 남겠어요’라는 사랑의 약속도 시간이 조금 흘러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다른 사람을 향해 똑같은 말을 아주 쉽게 해버리고, ‘귀밑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당신을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평생 당신만을 바라보며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당신과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죽겠습니다’ ‘다시 태어난다해도 오직 당신만을 사랑하며 다시 살겠습니다’하는 부부간의 주고받은 약속도 오늘날 이혼이 남발하는 세상에서는 오히려 그 말들이 이상하게 들릴 정도이다.
하지만 그런 말들은 그래도 악의에 의한 말들이 아니라는 데에서 그나마 이해할 수 있지만 때론 고의로 쏟아내는 빈말에 문제가 있다. 그런 빈말은 꼭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고통을 안겨주고 심한 좌절을 안겨주지만 정작 그 말을 뱉은 사람은 그것을 잘 인식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더욱 문제이다. 어떤 소그룹이나 지역, 단체, 기관, 회사, 국가 등의 주요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에 의한 빈말은 규모가 매우 큰 피해를 가져오지만, 사랑하는 사람간의 빈말은 비록 당사자밖에 피해가 없을 지라도 그 피해의 아픔 강도는 세상 그 무엇보다도 더 심할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연인간에 부부간에 서로 대화를 주고받을 때 가급적이면 자신이 하는 말의 의미를 좀 더 깊이 생각해 보고 상대방에게 내가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말인지 다짐을 해보고 상대방은 어떤 생각들이 있는지 들어본 뒤 신중하게 자기의 언어약속을 해야할 것이다. 무심히 호수에 던진 작은 돌멩이 하나가 개구리의 목숨을 뺏어 가는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듯이, 나의 무심결에 뱉은 말 한마디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가슴에 대못을 박는 그 이상의 아픔으로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더욱 고통을 안겨서는 안되다는 사실에 한 마디 한 마디 쏟아내는 말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렇게 해서 내어놓은 약속이라면 그 무엇보다 먼저 지켜져야 할 것이다.
오늘 우린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떤 말들을 가슴속에서 꺼내 놓으며, 그 말들은 과연 얼마나 진실된 것들이고, 그 언어 약속을 얼마나 지킬 자신이 있을까. 이제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의 어깨가 흔들리지 않도록 노력하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