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경<국제회의 통역사>
대선 후보자 케리와의 대결에서 전쟁이 재선 가도를 확실한 승리로 이끌어 갈 수 있다고 믿는 아들을 둔 아버지의 이름을 딴 텍사스주 휴스톤 소재 죠지 부시 공항에 밤 11시가 다 되어 도착했다. 4년 임기 동안 특별히 내세울만한 공적이 하나도 없었던 대통령이라 그 사람의 이름을 붙인 공항에 내릴 때마다 고개가 갸우뚱해지곤 한다.
부시 공항에 오니 올해 11월에 있는 대선을 생각하게 된다. 경력 정치인들에 식상해 새로운 타입의 정치가를 물색하고 있던 젊은이들과 유권자들에게 신선한 열풍을 가져왔던 전 버몬트 주지사 하워드 딘이 빠져나간 후, 대선 캠페인은 바늘에 찔린 풍선처럼 완전히 맥이 빠져버린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식당에 가서 맛은 있지만 주문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자연히 알려지지 않은 음식을 시키는 대신, 어느 정도 맛있다고 알려진, 남들이 다 주문하는 것을 따라서 안전하게 주문하듯이 딘은 불행하게도 미국의 조그마한 주 버몬트의 주민외에는 그의 공적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누구라도 좋으니 부시의 재선만은 막아야 된다고 믿는 사람들은 마음은 딘에게 가 있지만 정작 투표소에 가서는 부시를 이길 가능성이 전혀 없는 딘에게 귀중한 한 표를 던질 수 없었다. 하워드 딘이 사라진 대선에 관심을 쏟아붓기가 어려워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에서 생활하고 양쪽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누려온 우리 교포들은 국제적인 관점에서 미래 지향적인 생각을 갖고 선거에 임했으면 한다.
한국 정치에 대한 짝사랑은 어느 정도 접어두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미국 땅의 정치에 관심을 갖고 두 대선 후보들의 선거 공약에 대해 충분한 사전 지식을 얻도록 노력하자. 어느 당 후보를 찍으면 세금을 더 적게 낼 수 있나 하는 개인적인 이익만을 생각하는 데서 벗어나 우리의 미래, 자손, 소수민족의 이익을 고려하자.
대통령이 잘못을 저질러도 그래도 우리 대통령인데 하는 맹목적인 애국심을 고수할 때가 지금은 결코 아니다. 국내정치는 물론 전세계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미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올 11월의 대선뿐만 아니라 우리의 참여가 가능한 모든 선거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적극 투표에 참가하되, 우리의 귀중한 한 표를 낭비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