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경<국제회의 통역사>
마샬은 1950년대에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흑인 지도자가 되었으며 미국내 흑인 차별에 대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기 시작했다. 1951년 그는 미 육군 내부의 인종 차별에 대한 조사차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마샬은 ‘평등’이란 “같은 것을 같은 때에 같은 장소에서 받는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백인들이 누리는 것과 동등한 교육 기회를 흑인들에게도 제공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마샬은 흑인 아동들이 인종 차별과 미움을 경험하고 평등한 교육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보다 더 위험스러운 것은 백인 아동들이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을 미워하고 차별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사건 50주년을 맞이해 미국 언론은 이 역사적 사건이 지닌 의미를 여러 각도에서 조명한 바 있다. 그런 기사들을 읽으며 승소 후 사반세기가 지난 80년대 초에 오클랜드 북쪽에 위치한 공립 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생 시절이 떠올랐다. 약 1,200명의 학생들 가운데 백인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임시건물에서 공부하는 중에 비라도 오면 얼른 양동이를 가져다 새는 비를 받곤 했다. 배움보다는 소수민족 학생으로 가득찬 학교에서 부유한 학교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눈에 보이는 차별과 미움을 받았던 것 같다. 선생님들도 자주 바뀌었다. 한 번은 실력 있고 재미난 미국 역사 선생님이 오셨는가 했더니 곧 교사 자격증이 없는 것이 탄로 나 해고되고 말았다는 섭섭한 소식을 접하기도 했다.
2004년 현재도 마샬이 그토록 추구하던 평등한 교육은 실시되고 있지 않는 듯하다. 중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받고 있는 교육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의 결과는 백인 학생들과 소수민족 학생들 사이에 제법 큰 격차를 보여 준다.
마샬에 대한 얘기가 하고 싶었던 이유는 우리 동포들도 백인들에게 차별 당한다며 울분을 토하는 것을 종종 보지만 그들 또한 흑인, 타인종, 그리고 타민족을 경멸하며 차별하는 것을 흔히 목격하기 때문이다. 마샬에 따르면 차별하고 차별 당하는 사람보다 차별과 미움을 자신도 모르게 배우는 자녀들의 미래가 더 어두운 것이다. 다민족이 모여 사는 미국에서 타인들을 대할 때 우리는 더욱 더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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