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투르니에 박사는 그의 저서 ‘인간 치유’(The Healing of Persons)에서 7가지 유형의 도피를 말하고 있습니다.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 장치(defense mechanism)가 바로 도피입니다.
첫째는 공상 세계로의 도피입니다. 현실에서 못 이룬 것을 공상 속에서 자신이 영웅이 되며 사는 방법입니다. 두 번째는 과거 세계로의 도피입니다. 우리 이민자들이 잘 애용하는 길입니다. 말씀들을 나누다 보면 한국에서 ‘왕년에 한 가닥’ 하지 않은 분이 없습니다.
어느 이민자의 이력서에서 초등학교 다닐 때 줄반장한 기록을 보았습니다. 세 번째는 미래 세계로의 도피입니다. 내가 지금은 이런 형편이지만 내일에 대한 엄청난 꿈이 있습니다. 매우 좋은 것 같지만 당장 먹을 것이 없으면 막노동이라도 하면서 가족을 부양하여야 할 터인데 행동이 따라 주지 않습니다.
네 번째는 착각형 도피입니다. 돈키호테 식의 실현가능성 없는 미래의 고고한 계획 속에서만 사는 삶입니다. 다섯 번째는 질병으로의 도피입니다. 이민자들은 아픈 것이 큰 무기가 됩니다. 말하지마, 머리가 뻐개진다 그 문제 때문에 소화가 안 된다 등 툭하면 우리는 삭신이 많이 쑤십니다.
여섯 번째는 귀족적 도피입니다. 예술가나 과학자가 현실을 피하기 위해 위대한 업적과 작품을 만든다고 가정을 희생시키고 파멸에 이르게 하는 높은 차원의 도피입니다. 폴 투르니에는 마지막 일곱 번째로 종교적 도피를 말합니다.
목사로서, 신앙인으로서 참으로 동감하지 않을 수 없는 통찰력입니다. 이민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성도 중에 그냥 종교 생활 자체에 심취되어 가정도, 사회도 없는 가운데 교회에만 나오면 좋고 교회밖에 나가면 지옥 같은 마음이 든다면 종교적 도피를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일부 이단에 빠진 광신도들만 아니라 그냥 교회만 왔다갔다하는 의식 절차 속에서 어
떤 마음의 위로나 받고 있다면 이것은 중증 환자 수준입니다.
여러분은 폴 투르니에가 말한 7가지 도피 중에서 어떤 유형의 도피자로 사십니까? 폴 투르니에는 이렇게 결론 내립니다. 하나님이 없는 현실 속에서만 사는 물질주의자의 삶이 있고, 현실은 없고 하나님만 찾는 삶이 있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하나님도 있고 현실도 있는 생활입니다. 도피하였던 세계에서 나오십시오. 도피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포
기하고 죽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11:28) 오늘도 에셀 나무를 심으며....
글 : 호성기 목사(필라 안디옥 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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