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시절부터 7년째 고객 카드를 써온 헤어스타일리스트 레이첼 최씨는 “카드가 쌓이는 만큼 인생이 읽힌다”고 한다.
7년째 고객카드 쓰는 헤어스타일리스트 레이첼 최씨
웨스턴가 ‘힐스 뷰티 클럽’의 경력 7년 차 헤어스타일리스트 레이첼 최씨는 7년째 만들어온 고객 카드가 몇 백장이다. 일일이 센 적은 없지만 A부터 Z까지 알파벳별로 분류된 고객 카드에는 단골들의 스타일, 색깔 등 ‘머리 이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손님 김모씨의 카드를 훔쳐보니 ‘9월3일 컬러 루트 5/3 20V, 중간 5/3 15V, 다음엔 로우 라이트+하이라이트… 11월12일 루트 8/4 20V…’.
손님의 머리카락을 뿌리와 중간, 끝으로 나눠 어떤 색깔, 어떤 강도로 염색했고 다음엔 뭘 하면 좋겠다는 계획이 두 달 간격으로, 그녀만 알아보는 메모로 적혀 있다. 이 카드들은 쌓이다 6개월~1년 단위로 정리된다.
“손님의 머리를 사랑하니까.” 최씨가 고객 카드를 쓰는 이유다. 최씨에 따르면 손님과 헤어스타일리스트는 지극히 개인적인 만남이라, 손님이 싫어지면 머리에 전념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머리의 생’을 객관적으로 기록한 카드를 보면 이런 번잡함은 사라지고 머리 자체에 충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머릿결에 생명이 있다”고 당당히 이야기한다. 머리는 솔직해서 자라난 부분 부분을 보면 이 손님이 요즘 스트레스에 시달렸는지, 행복했는지, 역사가 쫙 나온다.
머리에 반영된 그의 인생살이를 보면서 지친 결을 살려주거나, 과감한 스타일로 바꿔준다. 최씨가 손님에게 끌려가기보다 이끌어 가는 적극형인 것도 이처럼 ‘믿는 구석’이 있어서라고 한다.
머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 기대와 가장 비슷한 결과를 내기 위한 목적도 있다. 사람마다 본래의 머리색과 결이 달라 같은 색깔을 써도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90년 이민 온 그녀는 당초 ‘먹고 살 게 없어서’ 이 일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100% 좋아서’라고 말한다. 까다롭던 성격도 머릿결들이 가진 수많은 이력만큼이나 부딪히고 깨지면서 외향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카드를 새로 쓸 때마다 머리 감기던 초심으로 돌아가곤 한다”는 최씨는 “평생 일기처럼 고객 카드와 같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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