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선 희<서예가>

아무리 아름다운 색깔과 모습으로 조화를 갖추어 실내장식이 잘 되어 있을지라도 창이 없는 방에는 오래 머무를 수 없는 것이 살아있는 사람의 특징이다.
괜찮다고.안락함에 취해서 얼마간은 즐기고 노래하면서 잘 견디지만 시간이 흐르면 숨 막히는 듯한 느낌이 두리번거리며 창을 찾게 만든다.
새집구경을 가면 항상 첫 번째로 눈에 들어오는 것이 미적인 감각의 창문이 있을 땐 그 집이 무조건 나를 물고 늘어져 맘에 끌리는 것을 더욱 부추겼다. 어느 공간이건 창이 없는 공간이 가져다 주는 정신적 불안감은 단절과 상실의 걱정과, 분리의 두려움이라고 생각이 되어진다. 평화로움과 사랑의 관계성만이 채워줄 수 있는 우리의 정신적인 욕구가 창을 통해 넘나들고픈 모습으로 표현이 되는 것이 아닌지…

어린아이의 복숭아 빛 볼을 눈이 부시게 창 너머로 들여다보는 햇살이 아름답고 개구장이들의 발끝이 일으키는 먼지냄새 땀 냄새를 교실 안으로 실어다주는 열린 창이 미래를 밝혀주고, 잠자리 날개 같은 하늘하늘한 천으로 장식된 사춘기 소녀의 창가에 설레임을 리본으로 메어 달고 들여다보는 아니 내어다보는 세상의 안과 밖이 분홍빛이다. 갇힌 자에게도 새로운 삶으로의 소망의 날개를 펼 수 있게 해 주는 건 높은 자리에 뚤려 있는 창뿐이다. 미래의 한 모퉁이를 떠받들겠다는 사명으로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 젊은이들의 열띤 토론장에 나있는 작은 창이 이 지구를 싸고도 남을 만큼 점점 크게 넓어진다. 육체를 입고 살고있는 육안의 보이는 세계에
서의 창의 구실이 이렇게 대단할 진데, 우리는 꼭 보아야할 내 안에 있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한 창을 스테인드 글라스가 아닌 창유리로 바꾸어 끼우고 닦아야할 숙제를 시작할 때이다.

집안에 창이 없으면 답답해하는 연유가 혹 내 속에 있어야 할 창의 부재로 인해 생긴 무의식 중에 생명을 향한 증세라고도 진단해 볼 수도 있는, 창의 참 맛을 본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그 창으로 내가 나일 수 있는 자유… 내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자유를 만난다. 쏟아지는 삶의 놀라움으로 춤추고 모퉁이마다 사랑으로 적실 수 있으며… 다른 창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그 창으로 넘나드는 생명의 범주가 점점 넓고 바람처럼 자유로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