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옥<상담원>
세상에서 가슴 벅차게 기쁘면서도 제일 힘든 일 중에 하나가 엄마 노릇 하는 것 같다. 온몸의 뼈가 다 늘어나는 것 같은 산고 끝에 마주 대한 큰애의 맑은 눈을 들여다보며 이 귀하고 소중한 생명을 내가 감히 어떻게 돌보나하는 경외감이 내 부족함을 더욱 느끼게 해왔다. 생명의 이음고리에 피치 못할 연으로 엄마와 자식의 자리 매김을 하게된 저와나. 서투른 엄마의 다룸에 불편했던지 큰애는 밤이면 깨어 많이 울었다. 두 살 남짓 젖을 뗄 때까지 깊이 잠을 못 자고 자주 일어나 보채는 바람에 내 얼굴은 항상 누루퉁퉁하게 떠서 어디가 아프냐는 인사를 심심찮게 주위 사람들에게 받았다. 나중에 둘째를 키우다 보니 아마도 옆에서 젖을 얻어먹느라 자꾸 깨다 보니 습관이 되었겠구나 하는 문리가 트였지만, 그 당시에는 하루 네시간만 계속해서 잘 수 있으면 세상 임금님이 부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힘은 들었지만 앙증맞은 입을 내돌리며 가슴을 파고들어 젖을 먹다 숨이 막혀 거이거이 기러기 소리를 내던 모습이 왜 그렇게 귀여웠던지…
짤막한 다리로 뒤뚱뒤뚱 오리에게 빵을 먹인다고 뛰어다니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벌써 열두 살이 넘어 긴 단발머리를 인어처럼 빗어 내리는 가냘픈 소녀가 되었다. 청출어람이라고, 고집 코로 소문난 자기 엄마 고집에 질 새라 제 주장이 뚜렷하고 어찌나 논리가 분명한지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무슨 이유가 그렇게 많냐’하며 엄벙덩벙 넘어가야 할 때가 가끔 있다. 나중에 가만히 돌이켜 보면 대부분 내 욕심을 앞세워 무리한 요구를 했거나 아이의 입장은 고려하지도 않고 다른 가족들 일정에 딸애를 억지로 끼워둔 경우가 태반이다. 겸연쩍은 얼굴로 사과를 하며 딸과의 관계도 아이의 성장에 따라 변해감을 느낀다. 한 생명의 존속과 신뢰를 한몫에 쥐고 절대자처럼 군림하던 때는 지났고, 이젠 아이의 자리를 존중해주고 홀로 설 수 있도록 한발 뒤로 물러서야 될 때인 것 같다. 칼릴 지브란의 말처럼 미지의 세계를 향해 달려나갈 새 화살을 쏘아 올리는 충직한 활의 역할을 할 때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슴이 떨린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