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기자
인간은 누구나 뿌리를 찾으려는 귀소본능이 있다. 마음의 고향… 모체를 상실한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다. 요즘 베이 지역에 한·미 입양인 단체(KAAN)가 주최하는 행사가 속속 열리며 입양인 문제가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우리민족은 유난히 정이 많은 민족이다. 제 자식 아끼는 데 있어서 만큼은 세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모성애를 발휘한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부모의 정성, 그 보살핌 속에 성장해 왔는가… 새삼 주위를 돌아볼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우리민족 만큼 또한 제 자식 외에는 철저한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민족도 없다. 일종의 배타정신 때문인지… 내 자식, 내 것 아니면 아무리 주위의 도움이 필요한 고아일지라도 철저한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이 우리민족의 또 다른 속성이다.
고아수출(?) 세계 제 1위를 기록한 것은 우리민족만의 망신적인 기록이다. 왜 우리는 우리의 업보(고아)를 다른 이 민족에 떠맡기는, 자비의 마음을 상실해 왔을까? 유교와 불교를 배워온 우리 민족으로서는 너무나 이율배반적이다. 오히려 우리민족은 유교의 체면문화…, 불교의 ‘업’사상 때문에 수치와 불행을 철저히 감추려는 전통을 이어왔는지 모른다. 사생아… 미혼모… 더 나아가서 장애자라도 생기면 이는 더할 나위 없는 가문의 수치다.
장애자나 사생아… 고아들을 포옹하기보다는 업(보), 조상 탓으로 돌리고 감추고 피하려는 습성, 더 나아가 내 것만 아는 배타근성은 우리의 정신문화를 황폐화시키고, 입양아 수출 세계 1위라는 수치를 낳게 했다.
입양인 관계자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한결같은 결론은 입양인들은 평생동안 아이덴티티(정체성)의 혼돈속에 살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개인의 진정한 힘은 역경 속에서 드러난다고 한다. 뛰어난 인물치고 역경에 처해보지 않은 인물 없고, 위대한 인물 치고 어려움에서 일어서지 않은 인물이 없다. 대체로 위인 중에는 고아, 사생아…들이 많으며, 사회적 편견과 제약 속에서 이겨낸 인물들이다. 섬머셋 모옴의 ‘인간의 굴레’는 ‘고아’이자 ‘장애자’라는 이중고를 딛고 행복을 찾아나가는 한 인간의 감동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다. 모옴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역경이 있었기에 학문(예술)을 크게 성취할 수 있었고, 더 나은 인간으로서의 도약이 가능했다고 역경이 주는 고귀한 교훈을 고백하게 된다.
입양인(아)들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자. 어쩌면 우리가 버린 그 들이야 말로 진정으로 역사를 짊어지고 나갈 고독한 투쟁자, 사회로부터 받기보다는 주는 자의 전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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