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옥<상담원>
여간해서는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는 정신 없는 생활로 어쩌다 뉴스를 보는 것조차 큰상을 받는 것처럼 즐거워하게 되는데, 얼마 전에 남편의 배려로 TV를 통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에드워즈 부대통령 후보와 존 케리 대통령 후보가 하는 연설을 들을 수 있었다. 엄마가 갑자기 텔레비전만 바라보고 얼빠진 사람처럼 대꾸를 안 하니까, 작은애가 옆에 와서 목을 끌어 앉고 책을 읽어달라 떼를 쓰다 제 아빠한테 끌려가며 울고불고하는 와중이었지만 무척 흥미 있는 대회였다. 빌 클린턴을 버금가는 설득의 마술사라는 사람들의 기대 때문에 한층 자신의 진가를 내보이기가 힘들었겠지만 가난과 역경을 딛고 자수성가한 사람답게 힘없는 사람들의 편이 되어 아메리칸 드림의 기회를 모두에게 줄 수 있게 함께 일하자는 에드워즈의 ‘희망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슬로건은 많은 민주당 사람들을 고무시키는 것 같았다. 총맞이로 상대방 후보를 비방하는 역할을 전통적으로 해오던 부통령 후보의 역할을 벗어나 자신의 평소 신념대로 에드워즈가 화합과 희망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케리 후보도 통 큰 인물임을 보여 주는 것 같았다.
고뇌에 그늘진 링컨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케리 후보는 안으로는 안전하고 번영하는 국가를, 밖으로는 존경받는 강한 미국을 건설하자며 평소보다 밝은 표정으로 자신의 신념에 대해 정열적으로 이야기해 믿음직스러웠다. 그동안 공화당에 의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회자돼 과연 어떤 사람인가 궁금했는데, 소문대로 썩 뛰어난 연설가는 아니었지만 얄팍하게 자신의 인기를 위해 공중제비질을 할 사람 같이 보이지는 않았고 이 나라를 위해 땀흘려 일할 신념 있는 애국자로 느껴졌다. 당파 싸움과 특별이익단체의 정책개입, 상호비방으로 물들어진 정치계에 식상이 되었었는데 그들 말대로 서로 힘을 합해 안팎으로 산적한 문제들을 정치적인 이념이나 종교, 지역 감정에 관계없이 미국 나아가 세계 전체의 선익을 위해 일하는 현명한 정부가 되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비슷한 문제로 앓고 있는 바다 건너 고국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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