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랑 뽀뽀하겠단 사람은 아무도 없을거야.”
괜한 투정은 아닌 듯 싶다. 살아 꿈틀거리는 갯지렁이를 입안에 한움큼 넣고 오물거렸으니 평생 입맞춤은 꿈도 꿀 수 없을 거란 ‘자괴감’에 빠질 만도 하다. 제정신에 다분히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을 리 없고,그렇다. 그녀는 스크린 데뷔작 ‘분신사바’(감독 안병기·공동제작 A-POST픽쳐스,토일렛픽쳐스)를 위해 당분간이겠지만 키스할 권리(?)를 고스란히 바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유리는 즐겁다. 그렇게 고대했던 영화배우가 됐다. ‘연기파’란 영광스런 수식어까지 덧붙여.
▲몸을 던지다.
작가는 시나리오를 쓰고,감독은 연출을 하고,배우는 연기를 한다. 이유리는 말한다. 몸을 사리지 않겠단 결심이 앞서야 비로소 감정몰입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말이다. 분명 배우다운 자세지만 그 굳은 의지를 실행에 옮기기란 사실 쉽지 않다. 낙지인 줄 알고 신나게 씹었더니만 기가 막히게도 진짜 갯지렁이였다.
‘속았다’는 억울함에 조금 훌쩍거리긴 했으나 불평 한마디하지 않았다. 어디 이 뿐일까. 지독한 악취가 풍기는 오물을 몸 전체에 뒤집어쓰고 벌벌 떨었는가 하면 화염 속을 헤매다 머리카락에 불이 붙어 그야말로 ‘분신’할 뻔한 아찔한 경험도 했다. 촬영 내내 불투명한 렌즈를 낀 탓에 시력이 떨어지고 게다가 안구건조증이란 병까지 얻었다.
“공포영화의 주인공은 뭐니뭐니해도 ‘귀신’ 아니겠어요. 오싹 소름 끼치는 귀신이 되기 위해서 이 정도 고생은 감수해야죠.”
▲배우가 되다.
임수정과 공유. 그녀와 함께 지난 2001년 KBS ‘학교Ⅳ’로 연예계에 데뷔한 스타들이다. 임수정은 지난해 영화 ‘장화,홍련’으로,공유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자리를 잡았고 이유리는 이제 지난 5일 개봉된 영화 ‘분신사바’를 통해 스타가 아닌 배우로 기억되려 한다.
“친구들이지만 이를테면 라이벌인 만큼 약간은 시샘이 났던 게 사실이에요. 누구나 그렇지 않나요. 인정받고 싶다,성공하고 싶다 이런 욕심 말이죠.”
올해 말 일본에서 개봉되는 이유리 주연의 일본 영화 ‘쇼트피스’에 이어 이번 ‘분신사바’ 역시 내년 4월 열도 전역에서 상영된다. 그래서 이유리는 요즘 일본어 공부에 여념이 없다. 본격적인 일본 활동에 앞선 숨고르기라고 할까. 배운 지 4개월 남짓한데 웬만한 대화가 가능하단다. 이유리는 최지우에 이은 제2의 한류스타로 불리고 싶다는 욕심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기분이 들어요. 조금은 자유로워진 기분,그래서 너무 신이 나요. 빨리 작품이 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는 거 있죠.” 천생 배우임에 틀림없다,이유리는.
/허민녕 tedd@sport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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