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옥<자원 봉사자>
언제부턴가 하루 일과를 어딘가에 적어놓지 않으면 꼭 한 두 가지 중요한 일을 빠트려서 아무 종이에라도 메모를 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런데 가끔 그 메모지를 잊어버려 틀림없이 무언가 할 일이 있었는데 하면서 오리무중인 텅 빈 머릿속을 뒤지다가 울상을 지을 때가 있다. 대개는 작은 아이 약을 주문하거나 누구와 약속을 하는 일, 친지의 생신을 기억해 날짜 맞춰 편지 보내는 일등의 시간을 놓치면 안 되는 일들이라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스트레스가 많고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되는 주위 친구들로부터 심심지 않게 듣는 불평이라 그저 그러려니 하며 지냈는데 한번은 큰 실수를 했다. 밤늦게 다음날 작은 아이 학교 문제로 회의가 있어 큰애를 학교에서 데려올 사람이 없음을 번뜩 생각해내고 아는 이에게 밤늦게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부탁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 달력을 보니 걱정했던 회의는 그 다음 주로 잡혀있어 안도의 숨을 쉬고 친구 집에 전화 할 것을 메모로 남겼는데 그만 전화하는 것을 잊어버려 집에 잘 와있는 아이를 그이가 학교에서 찾느라 야단법석이 난 일이 있었다. 사람 좋은 친구가 마음 끓였던 내색을 않고 아이에게 별일 없으니 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어찌나 미안하고 부끄러웠던지 쥐구멍이 어딘가 싶었다.
이렇게 건망증이 심하지만 남이 자신에게 남긴 상처는 기가 막힌 기억력으로 세세히 기억해, 잊은 줄 알고 편히 지내가도 작은 계기로 다시 괴로움의 바다 속을 헤매는 속 좁은 마음인지라 어떻게 하면 자기에게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잊는 건망증을 얻게되나 찾는 중이다. 아직도 가끔 마음속에 섭섭한 심정, 억울한 자신의 입장이 장대비처럼 요란하게 자신을 변명코자 떠들어대는 까닭이리라. 자기와 남을 구별하는 마음을 없애고 남을 자신처럼 아끼고 사랑하라는 현자의 말씀을 새기며 언제나 내게도 관용의 건망증이란 선물이 찾아올지 열심히 마음의 거울을 닦으며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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