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신(화가)
왜 갑자기 튀어나와 뭘 물어 보는 거냐?
변경된 사항을 저장 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취소…
열심히 몇 시간 동안 점심도 거르면서 손가락 네 개로 자판을 두드리며 컴퓨터에 글을 쓰던 나는, 무슨 변경 사항 아니오를 손가락 하나가 머리에 의논도 없이 누르고 나니 화면은 파랗게 싹 지워진 채 깨끗이 청소하고 말았다.
이를 어째 여기저기 생각나는데로 두드려 봤지만 찾기는커녕 헛수고....
어떻게 된거야, 이럴수가… 자문자답 하면서 멍텅구리 사각 속에 내가 바보인지 5시간째 쓴 글이 한순간에 날아갔으니...도박을 밤새워 한 사람 이토록 허망할까? 세상 살면서 허망한 순간이 이것뿐이랴마는..다른 때는 종이에다 기러기 날아가듯 갈지자 글을 썼다 지웠다 하면서 쓰고 컴퓨터에 옮기는게 더 편한데…
밖에서 들어오는 며느리 어머니 무슨 일인데 얼굴이 안 좋아 보이시네요
나는 감정 처리가 예민해서 인지 금방 들킨 기분이다.
아니, 왜 내 렙탑은 조사가 심하고 글을 쓰는 동안 정신 혼란하게 묻는 게 그렇게 많으냐? 밖에 나가려고 하다가 마음잡고 글을 썼는데 오늘따라 글도 술술 잘 나오더라니. 갑자기 개 한 마리 튀어나와 변경사항을 묻길래 ‘아니오’했지. 그랬더니 순간 청소를 싹 해버리잖니
사실 어느 때는 한국 글을 가끔씩 이해 못할 때가 있긴 해서 실수가 있지만 그 책임을 엉터리 컴퓨터에 돌리고 보니 웬지 멋적기도 했다.
때 맞추어 LA에서 딸이 전화를 했다. 갑자기 하소연을 하고 싶어졌다.
컴퓨터의 글이 날아갔는데 버릴 수도 없고 때릴 수도 없고 이런 때는 어떻게 해야 하니? 하고 물었다. 엄마, 누구나 다 그래. 나도 학교 다닐 때 그런 실수가 얼마나 많이 일어났는지 알어? 그런 것 많이 해 신세대 말로 빵빵 튀는 광고 회사에 광고 디자이너로 일하는 딸의 위로로 기분이 가벼워졌다. 엄마, 전시회 팜플렛 이쁘게 나왔어요. 3장만 더 보내주세요 하는 말에 먹장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빨갛게 빛을 쏟으며 나오는 것을 느끼며 내 방식대로 몇 시간이 걸리든 생각을 다시 정리해서 종이에다 쓰고 컴퓨터에 옮기자
옛 말에 뱁새가 황새 걸음 쫓다가는 가랭이 찢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내게 필요한 것은 yes 아니면 no 두 개만 있는 전자 제품인데 그것도 바삐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는 어려우니 신세대를 쫓아 갈 수밖에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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