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선 희 (서예가)
성철 스님이라는 분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말을 하셨다고 한다. 하늘은 하늘이요 땅은 땅이다. 돌은 돌이요 바람은 바람이다 처럼 아주 당연한 말같이 들리면서도 반복할 수록 신선한 감동이 일어난다.
요즘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선 산이 물이 되고 물이 산이 되기도 하고, 하늘과 땅이 뒤바뀌고 돌과 바람이 거꾸로 도는 갖가지 경험으로 인해, 산은 더 이상 산도 아닌 것 같고 물도 마찬가지이고, 깊은 혼돈의 어두움 속에서 방향을 잡지 못해 당연한 말을 해도 감동으로 다가오는가 보다. 검은 것을 희다하고 흰 것을 검다고 하는 세상. 흰 것을 검다고 할 때에야 고통의 터널을 지나고 때가 되면 희게 드러나지만, 검은 것을 희다고 할 땐 심각한 여파가 역사를 따라 세대를 넘고 넘어 이어진다. 흰 것처럼 보여서 희다고 하는 것은 할 말이 없지만, 검은 것인 줄 알면서도 희다고 말하는 데에는 탐욕과 거짓으로 마취된 심장이 가운데에 끼어있다. 이 거짓의 심장에서 걸러내는 피가 온 몸을 돌아 거짓의 생명이 자라고, 가뜩이나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어두운 세상 속으로 거짓의 씨앗을 퍼뜨린다. 그런 세상이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는 현주소이다.
사람들은 이것을 알기에 항상 틈만 나면 한적한 곳에 가서 나를 찾으려 하는가보다. 산이 산이 될 수 있는 길,.물이 물이 될 수 있는 길… 내가 나 일 수 있는 길을 또 한번 묻고 물어 떠나고 싶은 모양이다. 세상에 목말라 하면서도 또한 순수에도 목말라하는 양면이 아닐까? 인생을 걷다보면 어느 시간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리는 경험을 하고 산다. 세상을 향한 말문이 닫혔을 땐 하늘을 향한 문이 활짝 열리기도 하고… 세상의 모든 거짓과 위선은 나의 나 됨의 신비를 모르는 무엇을 이루었느냐에서 가치를 찾기 때문이다. 나를 덮어씌운 누더기들 훈장들에 감추어진 누추한 나를 모른 척하고 ,자신에게 등 돌린 나를 전혀 알지도 못하고 사는 것이다.
인류에게 지금껏 내려오는 거룩한 과제 중에 화합과 연합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민족이나 단체를 단위로 많이 거론되지만 내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혼잡한 세상을 잠시 떠나 한적한 곳에서 나를 찾으려 떠나지만, 실제는 혼잡한 나를 잠시 떠나 한적한 세상을 내 안에서 이루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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