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선희 (서예가)
토요일 아침이다. 저기 산이 온다. 산이 간다. 언덕 온다. 언덕 간다.로 시작되는 자전거 하이킹이라는 노래를 요즈음에 많이 부른다. 지난 어머니 날에 아들이 엄마, 뭐 갇고 싶어요? 하기에, 장난반 진심반으로 자전거를 타 볼까? 했던 말이 내 눈 앞에 실제가 된 것이다. 아들은 다시 묻지도 않고 날짜에 맞추어 정말로 마운틴 바이크를 사가지고 왔다. 집 앞 코트에서 아들로부터 머리가 돌머리라는 말까지 들어가며 사나흘 간의 불친절한 실습 수강을 끝내고 이젠 혼자서 하루에 5마일 반경을 운동 겸 타고 있다. 새로이 집을 짓고 있는 동네들이 많아서 구경하는 것도 재미가 있다. 집 짓는 기초만 놓여진 동네를 지나면, 다음 단계의 과정이 되어가는 집, 거의 다 되어 칠을 하고 있는 집..매일 매일 조금씩 변해져가고 있는 집들을 보면서 사람의 손이 하는 일들이 모두 신기하고 경탄스럽다. 두리번거리며 달리노라면 망치소리가 멀게 가깝게 배경 음악이 되어준다. 자동차를 타고 달릴 때와는 사뭇 많이 다른 것 같다. 아마도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땐 그 무어랄까 내 얼굴을 만지는 바람과 직접 하늘 밑에 노출되어 있는 몸이 물고기와 물 사이에 간격이 없듯이 나와 자연 사이에 거치는 것 없이 무언가 그냥 흘러 들어오고 흘러 나가는 힘에 하나인 것 같은 황홀경이다.
지어올라가는 집들을 보면서 마치 우리가 살면서 계획하고 그려온 꿈의 청사진들도 실지로 집을 짓듯이 푸른 하늘 아래서 정직하게 키를 더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려보는 집이 살 수 있는 집이 되도록. 땀으로 흘러 내리는 안경이 부담스러워질 때 집으로 방향을 돌려 들어오는데 밖에서 차를 닦고 있던 아들이 엄마! 잘 탄다아… 역시 선생님이 훌륭했어… 하하… 문득, 아들이 어릴 때가 생각이 난다. 그 때엔 내가 차를 닦고 있었고 아들이 자전거를 타고 들어오면 덩달아 흥분된 어조로 무얼 보았느냐고 물어보며 땀을 닦아 주었었는데.세월이 흘러 나는 어린 아이가 되고 아들은 어른이 되어간다.아들 왈 조만간에 테스트가 있을 것이니 열심히 하란다. 내가 아직도 기아변속을 이해 못했음을 알면 몹시 열을 받을 것이다. 딸깍 딸깍 어느 때에 적절한 변속이 필요한 것인지 아직도 모른다. 그저 올라타고 쓰러지지 않으며 굴러간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워 열심히 폐달을 밟는다.
오늘은 가사를 바꾸어 불렀다. 저기 저 집 온다 저 집 간다. 이 집 온다 이 집 간다. 우리모두 힘껏 달리자..라고… 군인이 포상휴가를 받았을 때의 맛이 이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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