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희영 기자
미국의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이라크전을 정당화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제시했던 이라크의 핵무기 개발설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이르면 2001년부터 알고 있었다고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2일 보도했다.
이라크전 발발로 가는 중대한 국면이었던 2002년 딕 체니 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등 부시행정부 고위 인사들은 각종 연설과 회견에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핵무기 개발을 재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해 8월과 9월에 체니 부통령은 각각 참전용사들과 와이오밍주 공화당원들에 게 한 연설에서 이라크에 있는 고강도 알루미늄관 수천개가 비밀 우라늄 원심분리에 이용될 것이며 이는 원자폭탄 개발로 가는 ‘반박할 수 없는’ 증거라고 말했다.
후세인이 핵개발을 도모하고 있다는 부시 대통령의 주장에 구체적인 근거가 될만한 사실이 없는 상황에서 이라크의 알루미늄관들은 이 주장의 확고한 근거처럼 이용된 것이다.
라이스 보좌관은 같은 해 9월8일 CNN에 출연해 이 관들은 핵무기 개발에 쓰일 수 밖에 없다고 단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런 발언을 하기 전 라이스 보좌관은 이미 정부 내의 최고 핵전문가들이 그 관들은 핵무기 개발용이 절대 아니며 오히려 소형 로켓포 제조용이라고 말한 것을 알고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그럼에도 라이스 보좌관과 다른 고위관리들은 중앙정보국(CIA)의 2001년4월 보고에 근거해 이 알루미늄관들이 핵무기 개발용이라는 논란이 많은 주장을 그대로 채택했다.
고급 과학자들은 이런 주장이 말이 안된다고 여기고 있었으나 9.11테러가 발생하고 몇 달이 지나 미국 정부가 이라크에 대항하는 논리를 만들어 낼 필요가 생기면서 이러한 견해는 정부 고위층에서 통용되기 시작했다.
라이스 보좌관이 CNN에 나와 이라크 핵개발에 대해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성토한 것은 당시 미국 정부와 정보기관에 퍼져있던 견해를 반영한 것이다.
신문은 미국 고위 관리들이 심지어 이 알루미늄관들에 대해 최악으로 상정한 정보들마저 과장했으며 이에 대해 정부 내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강한 의혹은 묵살하거나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미국 정부가 이라크 핵개발의 가장 명백한 증거라고 밝힌 부분에 대해선 편향된 정보만 공개됐으며 심도있는 증거제시나 논의는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다.
지난 주 미국 정부 관리들은 이 관들에 대해 질문을 받자 당시 CIA의 조지 테닛 전 국장이 그 관들은 원심분리용이라고 끈질기게 주장했다는 점과 에너지부를 비롯한 정부내의 정보들이 후세인의 핵개발 재개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었다는 점을 내세웠다.
부시 대통령이 알루미늄관들이 핵무기용이 아니라는 의혹에 대해 언제 알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보도에 대한 백악관의 발표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는 즉각 이 보도를 계기로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 개시를 비난하는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quarri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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