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943년∼44년 발행한 13개 ‘빼앗긴 국가들 시리즈’ 우표 중 맨 마지막이자 유일한 아시아 국가로 포함된 5센트 짜리 한국 기념 우표. 태극기 디자인의 건이감곤 사괘의 위치가 잘못 표기돼 있다.
독립운동가 홍진 선생 뉴욕거주 친손자가 확인
미국 정부가 1944년 11월2일, 일제 식민 통치로 고통받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독립을 촉구할 목적으로 기념우표를 발행한 것은 물론 미주 한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발행기념식에서 ‘한국의 날’을 선포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상해 임시정부 임시의정원의장으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 홍진(만오 홍진·1877∼1946) 선생의 친손자 홍석주(75·뉴욕 브롱스빌 거주)씨가 1945년 12월 홍진 선생이 중국에서 갖고 귀국한 문서들을 최근 정리하던 중 ‘대한민국 26 연도·외교부정무보고서’에서 드러났다.
홍석주씨는 이어 뉴욕 뉴하이드팍 소재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 도서실’이 보관하고 있는 미 정부문서와 펜실베니아주 벨라폰테 소재 ‘미 우표수집가연구도서실’(APRL) 자료에서 동 우표의 발행 과정과 목적, 또 당시 이에 관여한 미주한인들에 대한 기록도 찾아냈다.
홍씨가 발견한 문서에 따르면 1944년 3월16일 프랭크 워커 당시 연방우정장관이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한국은 일본의 식민 통치 이전에 오랜 독립국가였다며 일본의 압제로 고통받고 있는 한국민들에게 격려와 희망을 주기 위해 기념 우표를 발행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연방우정국은 이후 루즈벨트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1994년 11월2일 우정국 제3차장실에서 한인 12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가진 뒤 첫 우표를 한복을 입은 한인 쌍둥이 자매 이 마리안과 릴리안에게 기증, 판매했다.
문서는 이외에 1944년 6월13일 로이 노스 당시 제3우정차관대리가 워커 우정장관에게 일본 통치 이전 한국정부가 1895년 발행, 우표에 사용한 태극기 디자인을 설명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한국 뿐 아니라 당시 국권을 잃은 다른 12개국의 기념 우표를 발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미국은 독일에게 점령당한 폴란드의 기념 우표(1943년 6월22일)를 시작으로 유럽 12개국 기념 우표를 시리즈로 발행했으며 발행식에 해외에 망명 중이던 해당국 외교관 등을 참석시킨 가운데 동 ‘국가의 날’을 선포했다.
당시 한국 기념우표는 첫날 19만2,860장이 판매돼 동 시리즈로 처음 선보인 폴란드 기념우표의 22만4,172장에 이어 판매 수에서 2위를 기록했으며 1945년 1월20일 총 판매수 402만장으로 가장 많이 팔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관련 홍씨는 1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일제에 압박 받는 한국인들에게 희망을 불어 넣어주기 위해 발행한 이 우표와 그 발행 동기, 또 이에 관여한 한인들, 우리 임시정부와의 관계 등에 대한 조사를 이제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미국이 1944년 11월2일 우표를 발행하면서 선포한 ‘한국의 날’이 오는 11월2일이면 60주년이 된다.
내년 8.15 광복절도 역시 60주년이 되므로 미주한인들이 미국 정부로 하여금 11월2일을 ‘한국의 날’로 선포토록 하는 운동을 전개했으면 하는 바램에서 이같은 사실을 지금 공개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1944년 11월2일 발행된 한국 기념 우표는 태극기의 ‘건이감곤’ 사괘의 위치가 잘못 그려져 있어 수집 가치가 더욱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용일 기자>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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