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유미<변호사>
변호사란 직업을 가진지도 10년이 훌쩍 넘어섰다. 변호사 노릇 십수년에 절반은 관상이나 점을 보는 역술인이 된 느낌을 갖는 경우가 있다.
고객의 첫 인상이나 첫 만남에서 까다로운 사람, 너그러운 사람, 잘 풀릴 일, 혹은 잘 안 풀릴 일 등에 대한 감이 생기는 것도 같다. 그러나 변호사는 결코 역술인이 될 수 없다.
고객중 상당수는 변호사에게 예언적 능력을 가진 역술가 또는 미래를 알아낼 수 있는 초능력자 같은 능력을 요구하기도 한다. 사실 변호사란 직업과는 직접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왜 이 같은 초능력(?)을 기대하는지는 모르겠다.
9.11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일이다. 뉴욕주 주류국 사무소가 월드트레이드센터 인근에 있었다. 리쿼스토어를 구입한 한 고객의 리쿼 라이센스가 신청이 들어간 상태였다. 그러나 주류국 사무소 역시 9.11 사태로 인해 한달 여간 그 업무가 사실상 중단 됐었다.
그런데 이 고객은 매일같이 전화로 자신의 신규 라이센스를 빨리 받아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우리 대답은 “주류국 업무가 테러사태로 마비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고 항상 일정했다. 그러자 이 손님이 신경질을 내면서 따지고 드는 내용이 더욱 황당했다. “아니 변호사가 이런 위기 상황조차 예상하지 못하고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어요...” 아니 미국 대통령
이나 그 막강한 정부조차가 예견하지 못 한 테러를 어떻게 일개 개업 변호사인 내가 예상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와 기본적으로 비슷한 질문을 수시로 받는 것이 현실이다. “변호사님, 이 장사가 잘 될 수 있을까요?” 가장 흔히 듣는 질문 중 하나다. 변호사는 법률적 자문과 도움을 주는 직업일 뿐이다. 비즈니스 컨설턴트는 절대로 아니다. 그러므로 경영 진단을 점 치듯 할 수도 없고, 그저 갑갑할 뿐이다.
업종 선택은 본인 경험과 업종의 장래성, 가족 노동력의 구성과 여건 등에 따라 본인 자신이 결정할 사항이다. 그것조차 자신이 없다면 사업구상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가게는 마음에 드는데 리스 조건이 조금 걸리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변호사 입장에서는 하라 하지 말라 언급할 수조차 없는 사안이다. 가게가 마음에 들고 장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가격이나 렌트가 다소 부담스럽더라도 무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변호사의 법적 조언에 따라 결정할 것이 아니라 본인의 사업적 판단에 따른 경영 마인드에 의해
결론을 내릴 사항일 것이다.
나는 그저 법적 조언을 해주고 도와주는 변호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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