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옥<자원상담자>
그동안 제 보잘것없는 글을 격려해주시고 함께 작은 애를 염려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 드리며 저희 가족의 이야기로 작별 인사드립니다.
바다에 반쯤은 발이 잠겨 풍랑이 세게 밀면 떠내려 갈 것만 같은 식당의 큼직한 유리창 가에 가족들과 앉았다. 흰 돛단배가 한가롭게 보석처럼 반짝이는 파란 바다 위를 둥실 떠다니고, 오랜만에 금문교 주위의 안개가 활짝 개여 아름다운 황혼을 예고한다. 갸름한 얼굴에 반달 같은 눈썹이 고운 큰애는 흥분이 되어 바다가 수 만개의 사파이어처럼 출렁거린다며 시인처럼 탄성을 지른다. 구슬 굴러가듯이 통랑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행복해 하는 딸애를 바라보며 우리들 마음도 솜사탕처럼 부드럽다. 어느새 따스한 마늘 빵이 먹음직스럽게 바구니에 담겨 나오고 맛깔스런 양 엉겅퀴 딥과 게 요리, 칵테일 새우와 꽃처럼 장식된 파스타 요리가 상을 가득 채운다. 음식 알레르기가 심해 집에서 싸온 음식을 먹어야 하는 작은 아이에게 미안해하며 우리는 오랜만에 대하는 서양요리를 큰애의 우스개 소리를 양념 삼아 맛있게 먹는다. 영원히 동안일 것 같던 남편의 얼굴에는 주름이 하나 둘 잡히고, 베토벤이라 불리던 숱한 머리숱이 눈에 띄게 성겨져 간다. 언제나처럼 그는 맑고 선한 미소로 가족을 감싸며 조용한 호수처럼 자리를 채운다.
어느새 일몰이 가까워 실내조명이 어두워지고 서향의 창문을 가리던 커튼이 서서히 올라간다. 웅성웅성 피어오르던 소리들이 일제히 멈추고 모두의 시선이 푸른 바다와 하늘로 향한다. 타오르던 붉은 해는 서두르는 아폴로의 황금 채찍을 뒤로하고 깊은 숙면의 나라로 우수에 젖은 하늘과 바다를 남기고 넘어 간다. 삶의 유한함을 하루의 마감으로 반추하는 듯 짙은 고독의 산등성이는 어두워지는 하늘 밑에서 처연한 구도자처럼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한다. 다들 멈췄던 자리로 돌아와 다시 포도주 잔을 부딪치며 웃음꽃을 피우기 시작한 한참 후에도 작은 아이는 의자 등받이에 얼굴을 대고 여명의 바다를 열심히 내다본다. 반짝이는 아이의 눈 속에 샛별이 떠오른다.
나는 참 아름다운 사람들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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