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옥<간호사>
들창은 공기나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벽의 위쪽에 자그맣게 만든 문(門)이다.
방안이 훤히 보이는 창문과는 달리 조금만 아른아른 보여서, 속은 어떻게 생겼을까 몹시 궁금하게 하는 매력적인 작은 문이다.
나는 한 여성이 인생을 어떻게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 할 사람을 향해, 글방에 있는 들창을 살짝 연다. 그리고, 고개를 내밀어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밝은 미소를 띄워 보낸다. 슬픔일랑 들창 밑으로 숨겨 버리고서.
그 누군가는 분명 나의 조국, 한국의 얼을 연연히 이어가고픈 한국일보 애독자 중 ‘여성의 창’가를 서성이는 낭만이 깃든 사람일 것이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답답하게 보이는 들창보다는 속 시원하게 보이는 널따란 창문을 좋아한다. 창문뿐만 아니라 무엇이든지 시원스럽게 열려 훤히 보이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여성 패션까지도 앞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배꼽티가 유행하여 너도나도 입는다. 하이얀 복부 가운데에 움푹 패인 배꼽이 숨기고 만 있기엔 너무도 앙징스럽게 예뻐서 남에게 보여주고 싶을 열린 마음이 생겨서다.
모두들 즐겨 입으니 배짱이 두둑한 임신부도 입고선 오리처럼 뒤뚱뒤뚱 길을 걷기도 한다.
보는 사람의 민망함은 아랑곳 없이, 호박같이 둥글게 불거져 나와 신비스럽기 그지없는 아름다운 몸짱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이 말이다.
여성은 가능하면 몸매를 가려야 매력이 있다하여, 폭 넓은 치마 속의 묻혀있는 임신된 복부를 널따랗고 보드라운 복대로 싸매던 들창같은 매력을 지닌 옛 여성들의 이야기는 소설만 같다.
한옥집 돌담을 끼고서 만들어진 아담한 밤에 깔끔하게 창호지를 바른 들창은 참으로 은은한 한국의 정서가 서려있다.
그런데, 현대적인 가옥들은 환한 창문들이 많아서인지 사생활이 너무 드러나 보여서 아늑한 인생사의 멋이 깃들 장소가 사라지는 느낌을 준다.
세월이 갈수록, 속 안이 보이지 않아 궁금증을 주는 들창 보다는, 무엇이든지 훤히 들여다 보여 속이 시원한 커다란 창문에 관심이 쏠리는 경향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작은 창 틈으로 스며드는 따스한 빛과 신선한 공기가 솔솔하게 들어오는 아담한 들창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남에게 다 드러내 보이지 않고 나만의 고즈넉스러운 삶의 행복을 느끼게 하는 ‘들창’이 내 글방에 있어서 참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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