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경일<무용가>
나는 사주팔자라는 걸 그리 믿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보면 내 팔자에는 나무가 많이 들어있어 나무같이 살 팔자라고 한다. 나무는 사람에게 산소를 제공해주고 ,그늘이 되어 주기도 하고, 동물들의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 주기도 하며 음식도 제공한다. 또한 제 몸 아끼지 않고 기꺼이 재가 되기도 하고, 자기 몸이 망가지고 생명이 다해도 재목이 되어 끝까지 남에게 필요한 존재로 남는다. 자길 희생하며 살고, 항상 남에게 베풀며 살고, 나무가 이 세상에서 홀로 추위와 바람과 어느 역경에도 이기며 제 스스로 살아가듯 나도 내 스스로 알아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나의 팔자라고 역술가는 해석했다. 또, 무대 위에서 다양한 작품의 색깔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는 나의 무용하는 직업이 나무가 계절마다 다른 색깔의 모습으로 이 세상의 분위기를 멋있게 조성하는 것과 같아 무용이 나의 천직이라고 했다.
역술가의 이 해석을 듣고 나는 무용이 나에게 주어진 삶의 길이구나 생각하면서도 나무 같은 내 팔자가 조금은 불만족스럽게 시작했다. 난 평생 주면서, 베풀면서, 그렇게 외롭게 스스로 알아서 살아야 하나..그리고 때론 손해볼때가 있으면 내 팔자가 남김없이 다 주는 팔자지..뭐.... 그러면서 내 자신을 그 해석에 끼워 마추어 살았는지도 모르겠다.그리고 여기 미국으로 활동무대를 옮겨 온지 거의 2년이 다 되간다.모든것이 새롭기만 한 낯선 땅에 홀로 떨어지고 혼자 살아갈 생각에 두려움 마저 느꼇을떄 만난 새로운 사람들의 도움은, 또 다른 위대한 나무의 모습을 발견하게 했다. 내가 이렇게 자리를 잡고 안정되게 생활하는 과정에서 나무는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상으로 물과 흙과 태양을 받고 살며 모든 사람들이 내뿜어 주는 이산화탄소를 먹으며 낮에는 새들과 바람이, 밤에는 달과 별들이 다 나무의 친구가 되어 보호해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역술가가 아닌 지금 내가 같이 살고 있는 모든 분들과, 떨어져 있어보니 더욱 소중해지는 가족과 나의 주변 모든 사람들의 보이지 않은 사랑이, 나무는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낌없는 관심을 받으며 공존한다는 것을 새롭게 느끼게 해주면서 나에게 나무의 팔자 해석을 다시금 하게 해주었다. 그동안 이렇게 많은 도움과 주위의 관심 때문에 나란 나무가 튼튼하고 무성한 가지를 뻣을수 있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다시 태어나도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조건없이 베풀며, 무상으로 사랑 받는 나무 같은........
나무는 훌륭한 견인주위자요,고독의 철인이요,안분지족의 현인이다.라고 읽었던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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