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카 정(29. 한국명 정승원: 프레쉬메도우 거주)씨는 한인 1.5세와 2세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코리안 아메리칸 시민 활동연대(Korean American League For Civic Action)의 첫 여성 사무총장이다.
얼핏 봐서는 체구가 별로 크지 않아 연약한 여성으로 보이지만 그녀와 한번 마주보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매우 당차다란 사실을 금방 알 수 있게 된다. 그만큼 자신의 뜻을 소신 있게 펼치는데 주저함이 없는 인물이다.
KALCA는 지난 4년 전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 정치적 성향을 띠지 않는 교육과 커뮤니티 옹호단체라고 할 수 있는 조직. 아시안 아메리칸으로서 적극적인 사회 참여 도모 및 아시안 아메리칸으로서의 권리와 의무, 책임을 바탕으로 미국사회 참여의식과 기여를 장려하기 위해 커뮤니티 차원의 리더쉽 개발과 교육, 권익옹호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통해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단체다.
이 단체의 일을 정씨가 맡은 것은 미국 속의 소수민족으로서 겪는 어려움과 고충을 스스로 당하면서, 또 주위에서 겪는 것을 보면서 이들의 권익과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 가진 생각과 뜻을 펼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정씨는 본래 하버드대에서 사회정치학을 전공하고 보스턴 로스쿨을 졸업한 후 뉴욕과 뉴저지, 그리고 워싱턴 지역의 변호사자격증을 가지고 로펌에서 활동하던 소송전문 변호사다.
이런 배경도 마다하고 정씨가 지금 KALCA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변호사 시절에도 항상 봉사와 사회기여를 생각해 왔기 때문이란다. 그녀는 이제 본업인 변호사 일은 마다하고 1세들의 노력으로 일구어 놓은 경험과 경제적 부를 바탕으로 한인사회가 한 발 더 앞서 갈 수 있는 길을 가기 위해 미국사회 진입을 다각도로 꾀하고 있다.
소수민족으로서 미국 내 다양한 계층의 단체들과 같이 연대,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의 권익보호를 위해 맹렬히 뛰고 있는 것이다. 8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와 퀸즈 아스토리아에 살면서 PS. 17에서 초등학교를 마치
고 헌터 중,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정씨는 다른 이민자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언어와 문화 인종적인 배경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영어가 미숙한 어머니와 갓 이민 온 한인들의 통역을 맡으면서 그들이 소수민족으로서 언어와 문화장벽으로 당하는 문제들을 많이 보아 왔다. 그래서 대학 때 논문을 ‘뉴욕의 법정에서 직면하는 이론적, 실제적 어려움’을 주제로 썼고 교내 아시안 및 소수민족의 역사강좌 개설에 참여했다.
3학년 때는 187법안에 항의하기 위해 하버드 학생연합을 조직해 반 이민법 저지에 주도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강씨가 법을 공부한 것도 미국사회의 기반이 법이라는 사실을 인식했기 때문에 그래도 무슨 일을 하려면 미국의 법을 알아야 돌아가는 모든 시스템을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분야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도 강씨는 유가족을 돕기 위해 적십자사에서 자원봉사자로 통역을 했으며 뉴욕 아시안 아메리칸 변호사협회에서도 영어를 못하는 한인을 위해 무료법률 상담을 하였다. 로펌에서 일할 때도 한인사회에 기여할 수 방법과 기회를 모색하곤 했다는 것이다.
강씨는 이제 이민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보면서 안타까워하던 어린 학생이 아니라 어엿한 사회인이다. 그녀는 주업인 변호사 업무도 잠시 뒤로하고 한인은 물론, 아시안의 주류사회 진입과 권익보호, 정치력 신장을 이루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일에 총대를 매고 나섰다. 그야말로 한인사회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 위해 동분서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학 때 아시안들 뿐 아니라 흑인, 라틴계 민족들과 함께 일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도 바로 그 일의 연속일 뿐입니다. 언어 미숙으로 겪는 이민자들의 어려움이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내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작한 것이죠. 그래서 정씨는 앞으로 아시안 아메리칸 변호사협회, 아시안 아메리칸 유권자연맹 등과 연대, 아시안의 정치력신장과
이민자정책에 관한 목소리를 내는 일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이민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법이나 기타 다른 이슈 등에도 행동을 같이 할 것이라며 소수민족으로서 겪는 어려움은 어느 다른 민족이나 마찬가지여서 이를 인식, 타민족 단체들과 연대감을 갖고 활동하면서 정치력도 키워나갈 예정이다. 타민족들과 같이 힘을 모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혼자서는 어려워도 공동으로 대처하면 숫자가 커지기 때문에 자연적
으로 영향력도 커지게 마련이지요 때문에 정씨는 타 단체들과의 연대의식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혼자서는 하기 어려워도 여럿이 같이 힘을 모으면 얼마든지 뜻을 관철시킬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비록 KALCA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재정적으로 튼튼한 단체는 아니지만 앞으로 얼마든지 클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며 앞으로 이 단체가 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될 수 있도록 계속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정씨는 83년도 이민 와 자영업을 하다 지금은 은퇴한 부모님 사이에 태어난 두 딸 가운데 맏딸로 자랄 때도 집안에서 대들보였다. 그런 탓에 그녀는 KALCA에서 하는 일 외에도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다니는 2세들로부터 연락이 많이 와 그들의 고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주고 고민도 들어주고 하면서 같이 문제를 풀어나가기도 한다. 정치 뿐 아니라 기타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심을 가지고 방향을 찾아가고 싶은 청소년들의 지도자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필요한 경우 그들에게 관계된 지도자나 기관들을 연결시켜 주고 때로는 가정의 힘이 못 미치는 학생들에게는 필요한 기관을 소개해주거나 연결시켜주는 일에도 적극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한다. 이런 일은 굉장한 보람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우리 세대에는 사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크게 무슨 일을 해내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지요. 단지 이런 모든 경험을 토
대로 다음세대에 기틀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것이 우리들의 할 일이지요.
정씨는 1세는 1세대로, 1.5세나 2세들은 그들대로 당면한 과제들을 하나 하나 열심히 해나가는 게 바로 다가올 후세들의 백년대계를 위해 기틀을 만들어주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우리 같은 소수민족은 이제 경제적 기반을 한 차원 더 올리기 힘들고 여러 가지 제한으로 더 이상 클 수 있는 능력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본다. 그래서 힘이 약한 소수민족들에게는 미국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 커다란 힘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투표로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씨는 또 이런 일은 젊은 세대가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해도 되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사회의 제한된 시스템을 알고 문제 발생 시 힘을 모아 우리들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도록 타 소수민족과 연대감을 가져야 되는 일이라고 말한다.
힘만 모으면 언젠가는 안 보이는 소수민족이 아니라 미국을 움직이는 거대한 힘으로 발돋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 흑인들과 라틴계 민족들은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아시안들은 인식이 부족한 상태라며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덧붙인다.
앞으로 적극성만 띠면 아시안도 얼마든지 크게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씨의 생각대로 이제 아시안도 KALCA의 노력으로 머지 않아 미국 속에 강한 소수민족으로 우뚝 설 날이 머지 않을 것이다.
여주영 논설위원(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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