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옥<수필가>
나는 항상 사랑스런 코스모스 꽃들 속에서 사랑하는 우리 아버지를 만난다. 든든한 아버지가 아닌 지극히 여린 속사랑을 가지신 아버지를….
아버지, 웬일이세요?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막내딸을 처음으로 찾아오신 아버지께 놀래서 한 말이었다.
하얀 두루마기에 중절모자, 내가 평생토록 보아온 우리 아버지의 한국적인 근엄하신 모습이다.
시골 할아버지가 되신, 우리 아버지를 첫 직장에서 맞이한 나는 도회지의 맛있는 음식을 많이 사드리고 싶었다.
너 그런 돈 있으면 그냥 나에게…
아버지는 말끝을 흐리셨다.
친구들 모임에서 제주도 여행을 가는데, 우리 아버지는 형편이 허락지 않아 가실 수는 없지만, 송정리 비행장으로 가는 길목에 딸이 있기에 친구들과 동행하셨단다.
어느 누구보다도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대 가족을 거느리고 살아오신 분이다. 그런데, 정작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준비할 수 없었던 허울좋은 부잣집 양반이, 가장 약한 막내딸 앞에 여리고도 고독한 남자로 서 있는 것이다.
왜 우리 아버지만 못 가시나? 막내딸을 찾아오시는 동안에 삶에 대한 고뇌를 남모르게 얼마나 하셨을까?
내 가슴이 울컥하여져 잘 보이지 않는 아버지를 택시에 태우고 곧장 직장으로 달렸다. 여행비 마련을 위해. 공항에 도착하니, 막 개찰구를 빠져나가기 시작한 아버지 친구들이 모두들 기뻐서 환호성이다.
사랑하는 아버지, 친구들과 즐거운 여행 잘 다녀 오세요 창공을 나르는 비행기를 향해 두 손을 흔들어대는 막내딸의 마음 속에 팔남매를 키우신 든든한 아버지의 고독한 사랑이 묻혀, 신나는 프로펠러 소리로 변했다.
송정리 비행장을 벗어나, 광주시로 들어오는 도로가에는 내 키만큼이나 자란, 연분홍과 하얀 색깔이 어우러진 싱그런 코스모스들이 무수히 피어 있었다.
그 속에서 나는 참으로 소중한 유일한 아버지의 미소를 보았다. 청조한 얼굴을 서로 맞대고 도란거리던 코스모스들은 나와 만난 인연으로하여, 아버지에 대해서 우둔했던 나를 일깨워 주었다.
나는 지금도, 진정한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한 그 속삭이던 ‘사랑스런 코스모스’ 소리가 내 귓가에 맴돈다.
’이 세상에 사는 한 아버지의 속깊은 사랑이 한 가정을 든든히 세워가고, 나아가서는 사회를 아름답고 건강하게 이루어가고 있음을 알아야 해. 그리고, 강한건 아버지란 이름이지만, 가장 약해서 보호받아야할 아버지의 남모르는 고독한 사랑이 있음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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