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옥<수필가>
아-휴, 내가 문젯거리와 사는 것이 기적이다. 기적이야 우리 남편은 오늘도 나와 사는 게 기적이라면서 노래를 부르듯이 리드미컬하게 투덜거린다. 하루 이틀 듣는 말이 아니니 신경 쓸 필요는 없지만, 오늘은 어쩐지 남편이 조금 측은해 보인다.
정말 누가 아니래요, 좀 똑똑한 아내를 만났으면 편하게 살텐데…
내가 사는 몬트레이 지역은 계절의 감각이 둔하다. 그래서, 한 여름에도 날씨가 써늘할 때가 많아, 나는 맨 날 코를 훌쩍이면서 지내기가 일쑤다. 눈물콧물이 별나게 많이 나오는 나는 휴지를 항상 끼고 산다. 앨러지가 심한 체질이라서 그런다니 평생 내가 보듬고 살아야할 만성질환이 모양이다. 이놈의 눈물콧물 때문에 쓰레기 수거해 가던 어느 날도, 나는 또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다.
막 방안에 들어선 나는, 손에 든 열쇠꾸러미를 핸드백에 넣기도 전에 휴지를 찾아 훌쩍이던 콧물을 닦아야 했다. 그런데, 그 일이 문제를 일으키고 만 것이다. 그 날 쓰레기를 수거해 가던 날, 집안 구석구석에 있는 쓰레기란 쓰레기는 말끔히 치워서, 일주일에 한 번씩 수거해 가는 커다란 쓰레기통에 마지막으로 비웠다. 조금 있으니, 웅장한 쓰레기 수거 차가 입을 크게 벌이고선 우리 집 쓰레기를 전부 삼켜 버렸다. 집안이 깨끗하니 마음도 홀가분했다. 아무 일도 없었느냐고 으레껏 묻는 퇴근한 남편한테 나는 말했다.
그럼요, 아무 일도 없었죠. 오늘 쓰레기도 다 수거해 갔구요
그런 후이다. 열쇠가 필요한데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질 않았다. 아이고머니나… 맞아… 쓰레기통에 들어갔나본데 이미 수거해 가 버렸으니…
콧물 닦은 휴지를 버릴 때 열쇠꾸러미도 함께 버린 것이 분명했다. 이 사실을 나로부터 고백 받은 보통 한국남자인 우리 남편의 호통치는 소리는 나를 주눅들게 했다.
내가 가슴이 아파서 병원에 가야겠어요? 다시 만들면 될 것을… 당신한테 중요한 것이 몇백불이요, 아니며 마누라요? 남편은 어느 사이에 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자, 여기 열쇠 있어. 다음부터는 조심해 제-발, 말썽부려서 나만 성가시게 하지말고
문제의 다음날, 남편은 새로 만들어진 반짝거리는 새 열쇠꾸러미를 키, 알람과 함께 나에게 넘겨주었다.
차가운 쇳덩어리가 아닌 남편의 손에서 이미 따뜻해진 사랑덩어리를. 나도 하늘만큼 땅만큼 고마운 당신에게 한 마디 하리다. 모래알처럼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우리가 서로 만나 함께 사는 것이 기적이잖아요,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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