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옥<수필가>
익모초?
내 소리에 놀래서 눈을 떴다.
하이얀 한복을 입으신 우리 어머니가 익모초를 먹으라면서 약사발을 나에게 내 밀으셨기 때문이다.
시계를 보니 새벽기도회에 나갈 시간이다. 준비하는 중에, 나는 손으로 내 배를 여기저기 눌러 보았다. 저녁식사를 포식한 탓으로 뱃속이 안 좋아 보대꼈던 생각이 나서다.
으-응, 배가 안 아픈데?
참으로 기이하고 행복한 새벽이었다. 빈혈로 남모르게 고생을 하는 나는 잘 먹는데 주력하다 보니 과식할 때가 많다.
약을 복용하면 될 텐데, 평생 약을 싫어하는 나의 성격을 아는 우리 어머니는 ‘꿈 속에서도’ 지극 정성으로 약을 먹여 주시는 거다.
익모초는 내 어린 시절에 시골에서, 배탈이 나거나 입맛이 없거나, 무조건 복부에 관계되는 질병에 단방약으로 사용했던 약초식물이다.
보기엔 시시한 약초식물인데 신기하게도 효과가 있었다. 손바닥만한 초록색 이파리들을 따서, 절구에 꼭꼭 찧어서 삼베 천으로 비틀어 가면서 짠 그 진초록의 특특한 물, 그 쓰디 쓴 맛을 나는 결코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 그 익모초즙을 우리 어머니는 기어이 나에게 먹이려하셨다. 여름 더위를 먹어서 내가 배탈이 나, 입맛이 떨어지니 몸이 비실비실 해진 것이라면서. 그러면, 나는 기를 쓰고 안 마시려했다. 결국은, 우리 어머니의 지극 정성어린 사랑의 설득에, 가장 효과가 좋다는 유일한 우듬지까지 따서, 찧어 만든 그 쓰디쓴 익모초즙을 마신다.
어디서 구해 두셨는지 커다란 사카리가 성글성글하게 묻은 빨강 알사탕을 나에게 내밀면서, 이 익모초를 마시면 내 몸이 성해진다. 그리고, 이 알사탕을 먹으면 쓴 입맛도 다 가실 것이다
나는 그런 데로 건강하게 자라서 지금까지 살고 있고, 우리 어머니는 하늘나라에 가셨다. 그런데, 밤사이에 내가 뱃속이 불편하니 꿈속에서도’ 나에게 약이 되는 익모초를 먹여주신 것이다.
익모초는 나에 대한 우리 어머니의 지극 정성과 끝없는 사랑이다.
사랑스런 우리 딸들 꿈속에서는,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나는 사랑하는 딸들에게 유일한 우듬지를 넣은, 쓰디쓰나 약이 되는 익모초를 먹이는 지극 정성과 사랑을 주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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