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진<주부>
친구들과 찻집에 들어 갔다가 뽕짝이 흘러나오면 이 집에서 우리보고 나가랜다. 가차없이 일어서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배 호 의 노래를 좋아하는 선배를 놓고 배꼽 빠지게 웃던 때도 있었다. 잘나고 잘나서 아무 두려움도 없이 휘젓고 사는동안 산도 만나고 물도 만나며, 세상 무서운것을 알게 되면서, 언제부터인지 나훈아 의 노래가 슬그머니 감칠맛 있게 들리기 시작하더니, 어느결에 심수봉 의 팬이 되어 있었다.
영화 그레이트 겟스비 의 첫 머리에 나오는 말이 있다. 누구라도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는 그에 대해 말할수 없다.
아우성이나 중얼거림 같은것을 노래라고 불러대는 요즘 아이들이 들으면 또 배를 잡고 웃을 일이지만, 내 뽕짝 취향은 시대를 거슬러 달려서 내가 자랄때 들어본적도 없는 고전가요 같은것도 지금 들으면 반갑고 정겨우니, 이것도 인생무상 이라고 하는것인지 알수 없으나, 아뭏든 배 호 의 노래를 좋아하던 그 선배에게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다.
몇년전 한국을 방문 했을떼, 노래방에 가는 기회가 있었다. 여학교시절, 모범생에 공부밖에 모르고, 농담도 잘 알아듣지 못해 언제나 한박자 늦게 웃어서 우리를 또한번 웃게 만들곤 하던 친구가 대뜸 봄날은 간다 를 불러제껴, 친구들의 한호와 박수를 받았는데, 그날 친구들이 부른 노래는 거의 모두 뽕짝이었다.
아이가 초등학교 시절에 미국교육을 받기 시작하면서, 걸핏하면 people change 하면서 자기 정당화를 주장하더니, 정말 사람은 변하는 동물인가 보다. 쉽게 변해서 약한 존재인데 또한 변하지 못해 슬픈 존재이기도 하다.
사람의 수명은 자꾸 길어진다고 하는데, 질적인 향상이 없이 길어만지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자신의 변화를 제 의지로 조정하지 못할진데, 오래오래 살며 어떤 모습으로 어디까지 변할지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무섭게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세태에, 같은 속도로 퇴화해서 사라져 주는것이 우주질서를 위해 미덕이라는 생각은 너무 비관적일까?
그날 봄날은 간다, 에서 감명(?)을 받은이후, 그 수줍은 연분홍 치마가 수시로 내머리속에 나부끼는데,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맘에 들면 먼저 오퍼를 하고, 의사가 통하면 바로 한잔 하러가고, 또 싫증이나면 즉각 의사표시를 하고 돌아서는 요즘같이 시멘트 냄새만 풀풀나는 시대에 정신없이 휩슬려 살며, 별과 달과 꽃과 더불어 울고 웃는 안타까운 청춘의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돌아가고 싶은 영원한 그리움의 고향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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