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신<화가>
나즈막한 야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는 산호세 지역은 나무 한 잎 떨어지니 천지는 가을이다. 라는 중국 이자경의 시문이 떠오르듯 이미 가을의 끝자락에 들어선 듯싶다. 청송들이 나란히 자라고 제 몸 떨쳐 만든 갈색 길을 걸으며 그들과 이야기한다.
이곳이 자기들의 보금자리처럼 바람 속에 살며시 고개 들어 천상의 음악을 실어다 주는 새소리, 어제의 혼란스러움이 때묻지 않은 오렌지색 태양이 녹아 내리며 투명한 파란 하늘 속으로 녹아버린다. 나는 시선이 문득 한 곳에 멈추었다. 늦가을 비에 말라 잠자고 있던 땅 위로 잡초가 연 초록 잎을 피우며 무성하게 자랐다. 잡초는 누가 씨를 뿌린 것도 아니고, 물이나 비료를 주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데도 잘 자란다. 우리 속에 있는 불평과 탐욕과 시기, 질투도 누구에게서 배운 것도 아니고 누가 장려한 것도 아닌데 마음이라는 정원에서 저절로 무성하게 자라난다. 정원에 잡초가 자라는 데로 내버려두면 한없이 퍼져서 불만투성이의 인간이 되고 만다. 무성하게 자라나온 잡초를 쳐다 보면서 내 마음의 정원은 어떨까 생각하게 된다.
특히 가을은 열매를 추수하는 계절이다.
자연은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도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열매를 맺어 풍성한 오곡백과로 인간들에게 제공한다. 우리 입에서는 감사보다는 불평이 앞서고 우리의 생각이 과속으로 달려 시기와 질투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 까닭으로 비방으로 퍼져 나와 우리의 귀로 들어오게 된다.
어느 누가 만족해서 감사할 수 있을까? 에리히 프림은 사람의 끝없는 욕구를 ‘바닥 없는 항아리’라 표현했다. 사람의 욕구는 끝이 없다. 남을 칭찬하기 싫어하는 마음 속에는 항상 질투의 잡초가 무성하기 때문이다.
생각 없이 던진 말 한마디가 후에 거짓으로 판명된다면 참으로 실소를 금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 주위에선 책임 잃은 생각 속에 말의 속도가 바람을 타고 성찬이 베풀어지고 있다. 얼마 전 한글이 일본인 후쿠자와 유키치에 의해 창제되었다고 주장하는 인터넷 카페가 등장했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일본 만 엔짜리 지폐에 들어갈 만큼 일본인들에게 인기 있는 메이지 시대의 사상가이다. 이렇듯 왜곡의 말들이 넘치며 자신의 작은 지식에 의존한 책임 없는 말들이 범람한다. 우리가 생각의 속도를 늦추고 신중한 말들을 사용하는 나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는 버릇으로 자신의 생각을 바꾸면 될 것이다. 계절의 변화는 우리의 생각과 삶을 바꾸어 준다. 우리 마음 속 정원에 잡초를 뽑아내고 감사의 추수를 하는 계절, 칭찬의 축배를 우리 서로에게 나누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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