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주부>
무슨 전화야?
응, 한국일보사야. 날더러 여성의 창을 써보래.
잘됐네. 당신, 글쓰는 것 좋아하잖아.
응.
잠시 공백의 시간이 흐른후 남편이 말을 이었다.
당신은 정말 좋겠다! 이제 하루에 3,000단어는 문제없이 쓰겠구먼. 하하
몇년전에 남편은 일중독에 빠져 있었다. 주말에도 회사 일을 해야했고 평일에도 밤 11시가 넘어야 들어오곤 했다. 먹고 살아야지라는 말에 참아내는 것도 한계가 왔다. 올망졸망한 아이들을 다독이던 나는 참다못해 1-2년 계속되는 답답함과 단절감에 상담실에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상담자가 해준 말은 남성는 하루에 500단어, 여성은 하루에 3,000단어를 사용한다는 사실이었다.
남성들은 밖에서 500단어를 거의 다 쓰고 오기 때문에 집에 오면 말없이 티비를 보거나 신문을 집어들게 되고 여성들은 일을 하더라도 10%밖에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머지 2,700단어는 집에서 소화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주부인 나는 그 3,000단어를 집에서 다 사용해야 했다. 그 얘길 해주었더니 내가 좀 얘기할라치면 아직 3,000단어 다 못했냐고 물어온다. 빙그레 웃으면서.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다는 말은 너무나 잘 인식하고 사용한다.
나도 예전에는 말하는거 싫어하는 사람이었어! 단지, 지금은 말상대가 당신밖에 없으니까 그렇지.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나 싶어 한마디 뱉었다. 그런데 살다보니 그렇지 않은것 같다. 말상대가 남편뿐이어서가 아니라,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하는 상대가 바로 남편이기 때문에 그 앞에서 자꾸 조잘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은 현재 일중독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컴퓨터 앞에 가서 앉아있길 즐긴다. 다정히 마주 앉아 차 한잔 마실 시간도 별로 갖질 못한다. 아이들에게 하는 잔소리말고, 그저 수다를 떠는 것은 남편의 귀에 어떻게 들리는 걸까? 늙어 갈수록 더욱 서로를 아껴주는 부부로 살면 좋겠다는 신혼초기의 각오를 떠올리며 오히려 위기감을 갖는다.
덕분에 나도 변한걸 느꼈다. 이젠 내가 얘기할 때 날 쳐다보지 않는다고 기분나빠하지 않는다. 여보, 나 좀 봐요!하고 먼저 부른다. 그리고 얘기를 해 나가니 둘 다 마음이 편하다. 남편은 마누라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고, 그 마누라는 남편의 관심을 받고 있으니까. 남편들이여, 아내의 눈을 들여다보며 그 마음에 귀 기울여 주소~! 이제 여성의 창을 열며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들을 풀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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