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미 진 (주부)
땡땡땡땡--- 기차역(Caltrain) 주차장에서 파킹 티켓을 뽑아 들고 있는 동안, 맞은 편 트랙에는 샌프란시스코 행 기차가 도착하고 있었다. 폴라 익스프레스에 나오는 기차처럼 거대하고 멋진 기차를 아이와 나는 넋을 잃고 바라보며, 우리도 저런 기차를 탈거야. 중얼거리는 동안 기차는 떠나고 있었다. 출근 시간을 넘긴 기차역은 한가롭기만 했고,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설레임을 실으며 삼십여 분을 더 기다린 후, 테이블이 있는 안락한3층 열차에 몸을 실었다. 아이의 봄방학을 이용한 샌프란시스코로의 첫 나들이였다.
유니온 스퀘어에 도착하여, 그 유명한 케이블 카를 타게 되었다. 백문이 불여 일견이라 했던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출퇴근용인 줄로만 생각했던, 케이블 카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만원을 이루고 있었고, 오히려 샌프란시스코인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지진과 화재에도 불구하고, 현대적 건물들 사이에 아직도 살아있는 19세기 빅토리안 하우스, 태평양을 앞에 두고 경사진 언덕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 등을 케이블 카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샌프란시스코만의 특징이었다.
Fishermans Warf에서 맛있는 해산물 파스타로 배를 두둑이 채우고 기념품 가게에서 소라고동과 해마(Seahorse)를 전리품으로 얻어 의기 양양해진 아이와 트롤리가 있는 역으로 갔다. 금문교를 뒤에 두고, 프로펠라를 단 모자를 쓴 아저씨가 기타를 치며 부르는 락-앤-롤의 리듬이 감미롭게 들려왔다. 샌프란시스코에 올 땐 머리에 꽃을 꽂고 오세요.라는 Scott Mckenzie의 노래를 떠올리며, 긴 줄 속에 서있는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이렇게 평화롭게 녹아있는 모습이, 다채로왔던 샌프란시스코의 역사와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을 바라보는 아이가 폭 넓은 경험을 통해 자기와 다름을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으로 커가길 또한 바랬다.
갈 때는 지도상으로 가깝게 보여 무작정 걸어갔던 그 길을, 버스를 타고 훨씬 쉽게 돌아온 역에서 커피와 약간의 먹거리를 산 후, 돌아오는 기차를 탔다. 향기로운 커피 냄새에 피곤함을 잊고, 과자를 먹으며 창 밖을 내다보는 아이를 보면서, 모든 설레임과 불안감은 가시고 여유로움만이 남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엔 금문교 자전거 횡단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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