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주부>
어제는 두부와 김. 오늘은 만두.
그게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집의 도시락 반찬이다. 아이들은 도시락을 메고 학교를 향한다. 엄마, mad cow(미친 소) 때문에 계속 도시락 싸주세요 작년인가 한 번 소고기 파동이 있은후 아이들은 도시락에 맛을 들였다. 학교에서 급식을 사먹고 싶을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도시락을 애용한다. 날씨가 따듯해져서 자전거로 등교할때도 손잡이에 도시락을 걸치고 열심히 페달을 밟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덕분에 남편도 도시락을 들고 다니게 되었다.
남편은 평소엔 회사 카페테리아에서 파는 중국음식을 사먹고는 했는데 (싸준다고 해도 괞찮다고 해서리^^) 요즘엔 집에 들어오자 마자 도시락 잘 먹었어~Honey! 한다. 남편의 도시락은 특별 도시락이다. 일단 크기에서부터 다르다. 대접보다 커보이는 그릇에 각종 샐러드거리로 꽉 채운다. 이유는? 얼마전에 당뇨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시아버님을 비롯하여 형제들이 모두 당뇨가 있어서 조심해 왔는데 지난 1-2년사이에 많이 피곤해 하더니 결국 당뇨가 있음이 발견된 것이다.
그 후로 남편의 식이요법은 굉장해서(언젠가 이 식이요법을 공개할께요^^) 스스로를 절제하며 운동도 하고 해서 3달 사이에 30파운드를 뺐다. 말이 30파운드지 5파운드 빼기도 힘들어 헥헥거리는 아내의 입장에서는 굉장한 일이 아닐수 없다.
남편은 날개 달린건 뭐든 못먹기 때문에(자긴 날아가기 싫다나~) 닭요리는 보통 애들을 위한 간식거리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요즘은 남편의 식이요법 덕택에 저녁상에도 닭이 올라간다. 스파게티도 가끔 도시락에 들어간다. 스파게티를 쌀때는 소스와 국수를 따로 싸야지 섞어놓으면 막상 먹을때는 다 떡이 되어있기 쉽상이다. 하다보니 도시락은 뭐니뭐니 해도 밥이 제일 좋은 것 같다.
요즘엔 막내까지 학교(프리스쿨)에 다니게 되고 나도 이틀 나가는 일을 위해서 도시락을 싸는 날이면 아침이 부산하다. 아이들 셋에 우리 부부, 이렇게 5개의 도시락을 싸기 때문이다. 도시락을 싸면서 이렇게 생각하기도 한다.
나, 정말 수퍼 맘(mom)인가봐.^^ 착각은 자유니까..
도시락 뚜껑에는 아예 매직펜으로 이렇게 써 놓았다. Have a great lunch! 예전에는 가끔 메모지에 맛있게 먹어라 등의 말을 적었었는데 이젠 챙겨서 나가기도 바빠서 메모지 대용으로 바꾼것이다. 그래서인지 별 감동이 없는것 같다. 흠.(갑자기 기분 나빠지려함) 그래도 제일 흐믓할 때는 빈 도시락통을 들이밀며 Thank you for the lunch, mom!(엄마, 도시락 고마와요!) 하며 아이들이 돌아왔을때다.
도시락을 먹어주는 아이들이 있어 감사하고, 그걸 준비할 수 있는 건강이 있어 감사하다. 간혹 남편이 밤늦게 샐러드 만들어 달라고 하면 삐직삐직 열 받는 느낌을 갖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니 먹어주는 남편이 있어서 감사하고, 군것질 안하고 샐러드만 찾아 스스로 건강을 지켜나가려 노력하는 것을 보니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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