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논란이 세차게 일고 있다. 지난 5일자 한국일보 오피니언 란에 실린 ‘왜 줄기세포 연구를 막고있는가?’라는 의견도 그 한 예라 하겠다.
문제는 불치의 병으로 신음하는 환자들에게 유일한 희망인 줄기세포연구자체에 대한 논란이 아니고, 그 ‘방법’에 대한 논란이라는 점이다.
난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자는 데 반대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오직 ‘배아’ 줄기세포 연구 대신, 골수나 혈액 태반조직, 탯줄 혈액 등에서 줄기 세포를 추출해내는 ‘성체’ 줄기세포로 연구를 하자는 것이다. 성체 줄기세포는 생명을 죽이면서까지 추출해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윤리적으로도 논란이 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인간 생명체인 배아를 인위적으로 복제하여 파괴하는 반 생명적 행위를 수반하고 있다는데 그 문제가 있다.
배아는 단백질 덩어리 같은 단순한 조직이 아닌 인간생명이다. 비록 복제된 배아라 할지라도 분명 인간생명이기에 인간 배아에 대한 실험이나 조작, 파괴는 인간존엄성을 심각하게 짓밟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복제된 인간 배아를 활용해서 치료제를 만드는 일이 난치병을 치료하기 위한 숭고한 일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이는 명백히 배아의 파괴를 전제로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결코 허용될 수 없는 연구이다.
지난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40대 미국여성이 13년간 보관된 냉동 배아를 이용하여 여아를 출산했다. 이런 놀라운 사실이 나옴으로써 배아는 황교수의 견해처럼 단순한 단백질 덩어리가 아닌 살아있는 생명임이 입증되었다.
13년 전인 1992년 인간 배아를 만들어 쌍둥이 남매를 낳은 이 여성은 그 당시 만들어진 여분의 12개 배아를 냉동 보관해오다가 작년에 그중 일부 배아를 이용하여 이번 세 번째 아이를 출산했다는 보도다. 이번 보도로 사람의 모습을 갖추지 않은 배아(수정 후 14일 이내의 생명체)를 생명으로 보지 않으려던 일부 과학자들의 생각이 잘못 되었음이 입증됐다.
하기야 태아마저도 아직 태어나지 않은 존재는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일년이면 한국에서만 수백만명 이상의 태아들을 낙태시술로 살해하고있는 실정이니 앞으로도 배아는 파괴하여 실험대상이 되어도 괜찮다고 계속 억지를 부릴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1998년에 체결된 유럽연합의 생명윤리에 관한 국제협약과 금년 체결된 유엔의 치료복제금지 협약이 이를 반대하고 있으며,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대부분 배아 줄기세포연구를 금지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사회에 만연되어있는 생명경시풍조와 인간존엄성에 대한 인식부족이다. 최근 한국형사정책 연구원의 신동일박사가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 세포연구가 세계 최초가 될 수 있는 배경에는 쇠 젓가락을 가지고 콩을 집을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그만큼 인간 생명과 존엄성을 경시하는 한국인의 의식부재에서 온 것이라고 한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이점에서 앞으로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가 ‘성체 줄기세포 연구’ 쪽으로 방향전환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재동
LA 한미인권연구소
회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