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한국의 큰 형님 댁에서 며칠을 머무는 동안 불교에 깊이 심취해 있는 형님의 다른 모습을 보았다. 고지식한 청백리에다가 지독한 낚시 광이던 형님은 정년퇴직을 하고서도 거의 낚시질로 소일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낚은 월척의 붕어가 슬픈 눈으로 멀거니 쳐다보고 있어 섬뜩한 느낌이 스치더니 불쌍한 생각이 들더란다.
거의 평생을 살생을 취미 삼아 삶을 즐겨온 자신의 이기가 자책되어 그는 붕어를 물로 돌려보내고는 낚싯대를 접었다고 했다. 깨달음은 충동적이었고 불성은 참회로 이어진다.
새벽에 명상하고 염주 알을 굴리며 염불하고 또 독경한다. 두분만 사는 아파트는 낮에도 정적이 감도는 절간 같아 영락없는 대처승이다. 이미 세상일에 관심이나 흥미를 느낄 연세도 아니고 해서 마음을 비워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는 형님은 시간의 흐름도 정관하고 있었다. 곁에서 보기에 형님의 세월은 깊은 강물처럼 고요히 흐른다. 그러나 대화를 나누다 보니 형님의 깨달음은 아직 대오에도 미치지 못한다. 자식이 뭐길래 육남매가 모두 불혹을 지나 잘 살고 있는데도 다 큰자식들을 마음에서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지켜보면 사람의 마음은 선악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사람의 사는 것은 욕망의 구현이고 마음은 먹기에 따라 착하기도, 악해지기도 하며 쓰기에 따라 부드럽기도 하고 모질기도 하다. 마음을 움직이는 ‘지정의’ 중에서 정은 충동적이고 변덕스러워 인생의 시작이자 끝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분수를 지키고 애증을 조화하고 욕심을 절제하고 사념을 버리고 극기하는 것은 인생의 수행인 것이다.
사랑과 자비는 아름다운 마음이고 헌신과 희생은 의로운 마음이다. 질투와 시기는 쓰디쓰고 증오와 모함은 추악한 마음이다. 내 마음에서 나쁜 마음을 버리면 곧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정직은 우리가 마음을 비우는 최고의 미덕이다. 남을 부러워하지 않는 것도 마음을 비운 것이고 용서하고 내 탓이오 하는 것도 마음을 비운 것이다.
자식이 마음을 비워 노부모의 마음을 즐겁게 하면 복을 받을 것이고, 남편이 아내를 아끼고 아내가 힘들어하는 남편을 보듬고 용기를 주는 가정은 행복하다. 사람이 가장 크게 마음을 비우는 것은 뭐니 해도 원수도 용서하는 사랑일 것이다.
인간의 도덕성은 땅에서 하늘나라에까지 이르고 마음이 가난한자(마음을 비운 자)는 천국이 저의 것이라고 한다. 사람이 바른 마음, 바른 행동으로 바른 외길만 살아가는 것은 고행이다. 만약 내가 다시 인생을 시작한다면 하늘을 우러러보아도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이 마음을 비우고 살고 싶다.
남진식 사이프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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