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를 앞세우고 최희섭이 코메리카 야구경기장에 늠름하게 입장했다. 가슴이 뿌듯해지는 순간이었다.
지난 11일에 열린 야구 올 스타전의 홈런 더비에 출전하기 위해서였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참가한 까닭으로 처음엔 긴장한 탓인지, 아웃 카운트 여섯 개까지 홈런이 나오지 않다가, 마침내 다섯 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고서 예선을 마쳤다. 비록 결승전엔 못 나갔지만 홈런을 두 개밖에 치지 못한 올 아메리칸 리그의 홈런 선두 주자인 마크 테세이라보다 좋은 성적을 올렸다.
최희섭이 친 홈런 볼은 모두 오른쪽 담장을 넘어갔다. 오른쪽 파울 볼 대를 살짝 비껴나가 홈런이 되지 못한 것을 빼고는 그가 친 파울 볼은 거의 다 가운데로 날아갔다.
이것은 최희섭이 후반기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려면 그가 친 볼이 파울 볼이든 안타이든, 모두 오른쪽으로 날아가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달 전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최희섭이 쏘아 올린 여섯 개의 홈런포도 모조리 오른쪽 담장을 넘어갔다. 첫날인 6월10일에 팀을 승리로 이끈 9회말에 터뜨린 홈런포도 오른쪽 파울 볼 대의 망을 맞출 만큼, 볼이 오른쪽으로 날아간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 캔서스 시티 로얄스와의 대전에서 첫날에 또 오른쪽으로 날아가는 홈런을 친 다음부터는 최희섭의 타순이 갑자기 2번 타자에서 하위 타선으로 내려갔다. 그때부터 최희섭의 타율이 하루하루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3할대의 타율이 2할 3푼 6리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2번 타자 때 치던 그의 타격자세가 갑자기 이상해졌다. 그의 방망이는 느려졌다.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최희섭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기 때문에 그의 방망이가 볼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것이다.
박찬호의 경우를 한 번 생각해 보자. 그는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할 때는 매우 잘 던진다. 그런데 LA 에인절스와 싸울 때는 죽을 쑤고 만다. 매리너스에게는 자신감이 있는데 에인절스를 만나면 주눅이 들기 때문이다. 바로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그러면 최희섭의 부진은 누구 때문일까? 최희섭 본인의 탓도 있겠지만 이렇게 만든 원흉은 바로 다저스 감독 짐 트레이시다. 죽 끓듯 바뀌는 그의 변덕 때문이다.
경기를 할 때마다 최희섭은 불안할 것이다. 이번엔 타순이 몇 번이 될지도 모르고, 상대팀 투수가 왼손잡이이면 이번에도 벤치에 앉게 되겠지 하는 그런 생각 때문에 마음이 늘 편치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오른 쪽 투수와 싸우다가도 경기 후반에 왼쪽 투수로 바뀌면 최희섭을 우타자로 바꾸어 버리는 트레이시의 골동품인 플래툰 시스템의 등장 때문에, 최희섭의 마음은 또 한번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트레이시가 있는 한 별 뾰족한 수가 없다.
최희섭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나는 2번 타자다.” 라고 속으로 외치면서 방망이를 힘껏 그리고 빨리 휘둘러서 볼이 오른쪽으로 날아갈 수 있도록 쳐야 한다. 그리고 트레이시의 변덕스러움은 머리 속에서 아예 떨쳐 버리고 시쳇말로 “개는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는 생각으로 매 경기를 치르게 되면, 홈런포를 펑펑 쏘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저스 팬들이 “희쌉 쵸이”를 외치는 광경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윤 아브라함
명예목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