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진<주부>
요세미티를 가다보면 제임스 타운이라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1850년경 골드러쉬 (gold-rush) 때 번영을 누리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지금은 베드 앤 브랙 퍼스트로 개조된 호텔들과 1897년 개통되었던 기찻길로 마을 전체가 관광지이다.
기차가 낮은 언덕을 지나갈 때 그 지점에서 주인공이 기차 지붕으로 뛰어내렸으며, 영화 세트 장까지 있었다는 설명을 듣고 있자니 서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던 첫 인상이 우연이 아니었나 보다. 왕복 기차의 여행을 마치고 다시 마을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오래된 마을의 저녁 모습은, 역사의 쇠잔함 때문인지, 적막함과는 다른 쓸쓸함을 느끼게 했다. 이러한 느낌을 갖는 동안 아이가 불쑥 이야기했다. 학교에서 읽은 책 속에, 기찻길이 있는 작은 마을 제임스 타운의 이야기가 있다고. 그렇게 아이는 기억 속의 이야기와 만나고 있었다.
1859년에 세워진 건물의 퀘퀘한 오래된 냄새를 맡으며 삐걱거리는 계단을 올라가 이층의 길가 방에서 피곤을 풀게 되었다. 침대 오른쪽 옆에 놓여진 두 권의 때 묻은 책들은 1990년도부터 이 방에서 묵어간 손님들의 흔적들이었는데, 어떤 젊은 한 쌍은 크리스마스 이브 날 자전거로 하루 종일 달려 도착한 곳이 이 곳이었다고 적어 놓았고, 어떤 노부부는 20년 전 왔던 그 호텔의 같은 방에서 묵게 되어 감회가 깊다고 기록 했다. 만족스러운 아침식사 이야기부터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이 호텔의 귀신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 화장실에서 아이가 소리를 질렀다.
쿠-----울!
감탄사였다. 마치 뉴턴이 사과 나무 아래서 상대상 이론과의 뜻 밖의 조우를 한 것 처럼, 나무 뚜껑이 있는 골동품 변기에선 끈을 잡아 당기면 위에 있는 물 탱크의 물이 쏟아진다는 것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낯선 장소에서, 잃어버린 기억들과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고 싶다면 베드 앤 브렉퍼스트에 묵어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이탤리의 고성을 개조하여 만든 곳이든, 작은 연못이 있는 개인 저택이든 이전의 기억들을 발견하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리라 믿는다. 어느 곳에서는 아예 아침 식사에 사용하던 소금 후추 통을 주기도 한다. 고급 비누와 타월과 욕조가 있는 비싼 호텔보다 베드 앤 브랙퍼스트를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냥한 아침 인사와 이야기를 건네며 주는 따뜻한 아침 식사 외에도 항상 새로운 만남과 이야기가 풍성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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