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올림픽 유도챔피언 하형주 교수
SFSU 방문교수 접고 남가주로
1984년 LA올림픽 남자유도 금메달리스트 하형주 선수(사진)는 어딜 가나 어느 때나 ‘유도 금메달’ 로 치장된다. 그런데 그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인간 하형주’의 다른 면면을 가리거나 나 생각지도 않은 족쇄가 되는 경우도 흔하다.
그중 하나, 그의 학문적 노력과 성과를 아는 사람들은 그리 흔치 않다. 1980년대 후반 은퇴하고 모교인 동아대 강단에 선 그는 유도 말고 가르칠 게 없는 자신을 한탄하며 공부에 파고들었다. ‘유도 금메달’만 우려먹고 살아도 평생 호강할텐데 웬 공부냐고 만류하는 주변 사람들을 뿌리치고 ‘책과의 유도’에 돌입한 그에게 ‘유도 금메달’은 뜻밖에도 장애물이 됐다. 모 명문대 박사과정 시험에서 최우등권이었지만 우리 대학 출신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하 교수가 합격되면 괜히 공부를 못했는데도 유도 금메달리스트라고 봐준 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 등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몇차례 불합격 처리됐다. 우여곡절 끝에 성균관대 박사과정에 들어간 그는 스포츠 리더십을 주제로 쓴 논문이 통과돼 박사모를 썼고 그 논문은 미국 스포츠학계에서도 알아줄 정도(현재 영문 번역 중)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또 하나, 그가 스포츠를 바탕으로 세상을 바르게 바꾸는 일에 노력해온 점도 ‘유도 금메달’ 때문에 상당부분 가려져 있다. 그는 부산에 설립한 ‘청소년스포츠문화원’은 스포츠를 통해 ‘신체적 풍요’ 뿐만 아니라 룰을 존중하고 협동심을 키우는 등 ‘정신적 풍요’까지 추구하고 있다. 이런 생각은 지난 1월부터 1년반가량 샌프란시스코주립대(SFSU) 방문교수로 있으면서 더욱 굳어졌다. 미국이 정말 대단한 나라라는 걸 느꼈고 그 위대성의 바탕이 바로 스포츠라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하 교수가 최근 SF 생활을 접고 LA 인근 글렌데일로 옮겼다. ‘대부’로 모시는 선배의 권유도 있었지만 6개월가량 남은 기간동안 보다 한적하게 공부에 몰두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미시간 플로리다 등지 여러 대학에서 원정특강을 할 때마다 자신을 괴롭혔던 ‘영어의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글렌데일커뮤니티칼리지에 등록까지 마쳤다는 그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동안 여러모로 보살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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