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이 할퀴고 간 뉴올리언스 한가운데 들어가 대 참사를 지켜보는 동안 줄곧 두 가지 생각이 머리 속에 맴돌았다. 신속한 대응은 불가능했을까? 흑인들은 정말 약탈자들인가? 현장을 취재한 기자로서는 ‘아니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수퍼돔 이재민을 완전 탈출시키는 데 1주일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마실 물 조차 공급되지 않았으나 이곳에서 불과 한 시간 거리의 주도 배이튼루즈는 거의 완벽한 도시 기능을 계속했다. 음식을 가득 실은 월마트 트럭이 쉴새 없이 드나들었고, 두 도시를 이어주는 10번 프리웨이와 일부 시내 도로 역시 멀쩡했고 이 길을 이용해 치안 병력과 기자들은 물론 현지 지리를 잘 아는 주민들도 배이튼루즈와 뉴올리언스 사이를 자유롭게 왕래하고 있었다. 결국 정부의 의지가 부족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일부는 9.11 사태와 비교하며 시 정부의 무능도 질타하지만 9.11당시 뉴욕시의 주요 기반 시설이 완벽히 살아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한 비난이다. 뉴올리언스 내긴 시장은 CNN의 위성전화를 통해서야 겨우 주 정부와 연방 정부에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통신등이 완벽하게 파괴됐었다.
주류 언론들은 흑인들의 약탈로 도시가 혼란상태라고 떠들었지만, 그 혼돈의 한가운데 있었던 뉴올리언스 시민들은 다르게 증언한다.
먹을 것이 없어 자녀들이 울고 있는데, 마켓 문을 부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냐는 것이다. 군중심리에 의한 약탈은 분명히 있었지만, 생존을 위해 몸부림으로 보는 것이 옳다는 견해다. 한 주민은 3일이 지나도록 구호식량이 도착하지 않자, 경찰이 직접 마켓 문을 부수고 식량을 나눠줬다고도 증언했다.
많은 미국인들도 이번 재난을 보면서 비슷한 의문을 갖고 있다. 연방의회 차원의 조사위원회를 구성한다느니, 뿌리깊은 인종차별로 미국의 근본이 흔들린다느니 말이 많다. 전문가들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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