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 소식을 전해듣고 현지 주민들의 의료 구호를 위해 비행기를 잡아타고 휴스턴으로 날아간 김연수 씨가 애스토로돔으로 옮겨온 이재민들을 진료해주고 있다.
재난 속에 피어나는 인간애
텍사스 이재민 구호센터
소아과 전문의 김연수씨
자원봉사나선 부인과 함께
5일째 어린이들에게 인술
세기의 재앙으로 기록될 카트리나 공포가 엄습하던 지난 2일 밤 휴스턴 애스트로돔. 정부 관계자는 신음하던 환자를 옆에 둔 채 캘리포니아에서 날라 온 한인 의사 김연수(49)씨에게 “텍사스 면허가 없어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애리조나, 유타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온 의사들을 외면할 수 없었던 이 관계자는 이들의 진료를 결국 허락했다.
닷새 동안 사랑의 인술을 펼친 김씨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도와야할 지 몰라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살리는 작은 재주를 갖고 있으면서 죽어가는 사람을 외면할 순 없었습니다”라며 자원봉사단체에서 일하는 부인과 함께 무작정 비행기를 잡아탔다고 말했다.
비행기 진입이 가능한 휴스턴에서 김씨는 루이지애나에서 목적지를 바꿨다. 루이지애나 주민의 80%가 이미 타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미 50여명의 의사가 이곳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었다”며 어린이를 대상으로 진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애스트로돔은 생사를 모르는 가족들의 집합소였다. 김씨는 육신의 고통뿐만 아니라 행방불명된 가족을 찾으려는 이재민들이 정신적 고통에 심하게 짓눌렸다고 밝혔다. 김씨는 “육체적 고통은 도와줄 수 있지만 정신적 위로를 줄 수 없는 한계가 가장 안타까웠다”며 고개를 떨궜다.
좁은 공간에서 집단 생활을 해야하는 이재민들은 탈수와 천식, 물에 오래 노출돼 나타난 피부병 등에 시달렸다. 이재민 진료에 정신이 없는 중에도 그는 생명을 빼앗을 수 있는 뇌막염이 전파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가슴을 조여야 했다.
혈혈단신 재난의 중심으로 들어간 김씨에게 자원봉사는 낯선 일이 아니다. 김씨는 8년 전부터 멕시코의 오지에서 무료 진료를 펼치는 등 사랑을 나누는데 아낌이 없었다. 그는 ‘사랑은 남에게 주어졌을 때 진정한 사랑’이란 글귀가 자신의 봉사활동의 등대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발렌시아의 페이시 메디컬 그룹에서 12년째 진료를 펴는 김씨는 자원봉사에 인색하지 않은 한인 커뮤니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노스리지 지진 때 이웃으로부터 받은 물이 8년치 분량이었다는 김씨는 “남에게 올 수 있는 불행은 나에게도 올 수 있지 않습니까”라며 카트리나의 재앙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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