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택시 회사를 운영하는 A씨는 셀폰 4개로 영업을 한다. <이승관 기자>
“하루 12시간이상 고단한 돈벌이 단속심해 시름만”
새벽 늦게 열심히 뛰면 간신히 한달 2천여달러
“그래도 한인들의 발 자부” 양성화해 줬으면 바람
최근들어 불법 택시에 대한 당국의 단속이 부쩍 강화되고 있다. 한때는 자본없이 뛸수 있는 자영업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요즘은 경쟁이 심해진 데다가 단속까지 겹쳐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그방면 전문가들의 하소연이다. 사고에 대한 손님 배상문제, 주정하는 승객을 아무 데나 내던지고 가버리는 무책임성 등등 문제점이 적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늘진 곳에서 또다른 생존 경쟁에 나서는 불법 택시를 들여다봤다.
흥청대던 타운의 열기가 차가운 밤이슬에 묻혀버린 새벽 4시. 긴 하루를 달려온 이른바 나라시 택시의 힘겨운 하루에도 정지등이 들어온다.
13일 새벽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가는 불법 택시 기사들은 한결 같이 “기름값이 올라 새벽 3시까지 12시간을 뛰어도 한 달 2,000달러를 쥐기 어려운데, 최근에는 단속도 부쩍 늘어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쉰다.
이들이 운전대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절박함 때문이다. 4년째 불법 택시를 운영하는 A씨는 “자본이 필요 없고 몸으로 때우다 보니 별다른 기술 없는 불체자, 사업 실패자, 유학생 등의 유입이 끊이지 않는다”며 “열심히 하면 한 가족 먹고 살 돈은 벌 수 있다”고 말했다.
불법 택시가 음성적으로 운행을 하다보니 업계 관계자들도 정확한 규모를 모른다. 다만 하루에 800대 정도가 운행되고, 1,500명 내외가 종사하는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세 개를 이름으로 운영하는 B씨는 “택시 한 대가 평균 10콜 이상 받으니 하루에 연인원 8,000명 정도 되는 한인들의 발이 돼주는 셈”이라며 “불법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지만 우리가 1주일만 운행을 중단하면 타운 경제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B사장의 말대로 이들의 애로는 ‘불법’이라는 주홍글씨 자체다. 돈을 안 내고 도망가고, 운행 중 뒤통수를 때리고, 반말로 무시하는 손님들에게 당당히 권리를 요구하고 싶지만 ‘불법 주제에’ ‘경찰에 신고할까’라는 한마디에 한 숨을 들이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은 택시 운영에 대한 나름대로의 논리로 정당성을 주장한다. 불법 체류자, 맞벌이 부부 자녀, 노년층, 유흥업소 종사자에게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이고 각종 심부름 대행으로 여행사와 배달업소 등의 비용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수요 공급의 경제 논리는 택시업계에도 적용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가격 덤핑 같은 경쟁이 치열하다. 그래서 일본손님 상대, 여행사 라이드, 공항 전문 등 틈새만 공략하는 기사들이 늘고 있다. 수요적 측면에서는 정식 택시회사들의 비싼 요금과 오랜 대기시간에 불만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업계를 지탱해 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책 없는 단속보다는 양성화를 원한다. A씨는 “거의 모든 이민자 커뮤니티에서 성업중이라는 사실은 정부 관계자들이 더 잘 알 것”이라며 “등록제나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등을 통해 양성화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3년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하루 15시간씩 일했다는 운전기사 D씨는 “한국의 어머님께 용돈 보내드리고, 생계를 꾸리기 위해 밤이슬 맞아가며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나는 아직 젊지만 50세가 넘은 기사들은 운전대를 빼앗기면 어떻게 가족들을 부양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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