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나이가 먹음에 따라 기억력의 상실이 커지게 마련입니다. 이와 같은 일은 일반적으로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현상인데도 사람들은 자신에게 닥치는 이 망각 현상으로 인해 불안해하고, 심지어 이러다가 치매에 걸리는 것이 아닌가 하고 공포에 떠는 분도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망각 현상을 인체가 노쇠함에 따라 기억력을 관장하는 뇌세포의 감소 및 기능저하로 보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원래 인간을 완전한 존재로 창조 하셨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에덴 동산에서 죄를 범한 후 사람은 일을 해야 살게 되었고, 죽음이라는 절대적인 제한성을 갖고 살게 되었습니다.
저도 50대의 후반기를 접하면서 가끔 망각에서 오는 실수 때문에 웃지 않을 수 없는 경우를 당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때에 저에게는 자괴감이 들기에 앞서, 인간이 늙어감에 따라서 기억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축복이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나이가 더해감에 따라서 계속되어 발생하는 슬픔, 비애, 원한, 질투 등 비생산적이고 자기 파멸에 빠지는 생각과 사건들을 잊지 못하고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면, 우리들에게 이보다 더한 고통과 비참한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2년 전쯤 일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어느 분이 제 손을 잡고는 미안하다고 열심히 사과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어리둥절해 하자 이분이 설명하기를 몇 년 전 여러 사람 앞에서 제게 모욕적인 인사를 했는데 자기가 오해한 일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잊어버린 지가 오래 되는데요”라고 이야기하며 겸연쩍어 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분이 그 일을 다시 이야기하기 전까지 잊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에야 우리가 무엇을 망각한다는 것이 참으로 축복된 일 일수 있구나하고 깨달았습니다. 내가 만일 그분의 그 행동에 대해 분개하고 원망하고 원한까지 품고 오늘날까지 살아 왔다면 그 기억력 때문에 내 인생은 어느 정도 망가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신기하게도 내가 그 사건을 일찍 잊어버렸던 것이 진심으로 고맙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우리들은 마음속에 무엇인가를 담고 살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희망과 사랑과 자비와 용서와 같은 긍정적인 사고일수도 있고 복수심과 질투와 원망과도 같은 부정적인 생각일수도 있습니다. 인생이라는 여정 속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 중에서 부정적이며 파괴적이고 소모적인 생각과 사고는 쉽게 잊어버리고, 축복되고 고무적이며 아름다운 생각들로 내 마음 밭을 채울 수 있다면, 나는 나에게 주어진 망각의 기능을 남은 생애의 끝날까지 즐기며 살아갈 것입니다.
이세희 <벧엘교회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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