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으로 첫 아들을 잃은 쇼에스타가 역시 영양실조로 입원한 둘째 아들 타바쇼를 보며 눈물짓고 있다. <이의헌 특파원>
‘기아와의 전쟁’콩심기 운동
시골아동 40%이상 영양실조
NEI 비롯 비정부기구 구호 앞장
<아프간, 마자르샤리프 -이의헌 특파원> 수도 카불에서 비행기로 2시간 거리인 아프가니스탄 북부의 상업도시 마자르샤리프.
한때 아라비아와 중국 상인들이 실크로드를 이용해 인도로 향할 때 반드시 거쳐갔던 교통의 요지였지만, 지금은 겨울철 힌두쿠시 산맥을 관통하는 프리웨이 운행이 중단되면 수도 카불로부터 완전 고립되는 오지다.
아프간의 영양부족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UN 특별기를 이용해 마자르샤리프로 향했다. 가장 먼저 둘러본 곳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마자르샤리프 시민병원. 아프간 북부지역에서 가장 큰 병원 중 한 곳에는 불과 4명의 영양실조 아동이 입원해 있었다.
의아했지만 해답은 금방 찾아졌다. 이 병원 수석 의사인 아사둘럭 쇼락 박사는 “1년에 300여명의 어린이가 영양실조 증세로 입원하는데 시골은 물론 도시에 사는 아이들도 병원에 거의 안 오기 때문에 실제 환자는 훨씬 많다”며 “도시 어린이의 10%, 시골 어린이의 40%가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랜 전쟁으로 먹거리가 워낙 귀한데다, 닭과 소도 영양 및 위생상태가 안 좋아 육류를 먹는 게 영양보충에 별 도움이 안 된다.
더 큰 문제는 아프간 사람들의 잘못된 식생활에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어린이들은 이 나라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건강식품인 계란을 먹을 수 없다. 어린이가 계란을 먹으면 언어발달이 늦어진다는 잘못된 인습 때문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이틀동안 초유를 먹이지 않는 것도 원인 모를 습관 때문이다.
IACD라는 NGO를 통해 아프간에서 인술을 펼치고 있는 조영훈(가명) 전문의는 “좋은 이유식인 계란을 안 먹이니, 2세가 되도록 엄마 젖에만 의존하는 아이들이 많다”며 “엄마의 영양상태가 안 좋으니 자연히 자녀들의 영양도 나빠진다”고 말했다.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의 영양상태가 안 좋다는 사실은 아프간 정부도 인정한다. 16일 보건부 주최로 열린 공공보건회의에서 보건부 차관은 “지난 겨울에만 시골 지역에서 수 백 명이 추위와 기아로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NEI(대표 권순영)는 이 같은 영양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년 전부터 정부의 도움을 받아 콩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네슬레사 영양식품 개발 책임자이기도 한 권씨는 ‘콩, 우유, 계란이 최고의 식품인데 아프간에는 콩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영양실조는 곧 단백질 부족을 뜻하는데 아프간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23% 정도의 단백질 부족현상을 겪고 있다. 그는 “콩에는 단백질과 각종 영양소가 다량 포함돼 있고, 국제가격이 밀보다 높아 농가수입증대에도 한 몫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부터 카불에 콩 가공공장을 세워 각종 콩 가공식품을 직접 생산 판매할 계획인 NEI는 17일 아프간 정부로부터 기쁜 소식을 전해 들었다. 여성부와 농수산부, 보건부가 NEI의 콩심기 프로젝트를 공식 정부 사업으로 선언한 것.
마수다 잘랄 여성부 장관은 “콩은 여성과 어린이의 영양부족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양귀비 재배를 줄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며 큰 기대를 나타냈다.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아프간 여성과 어린이를 돕기 위해 헌신해 온 권 박사와 NEI는 이같은 결실에 기뻐할 겨를이 없다. 콩 대량 생산을 위해 유니세프와 세계식량 프로그램 같은 국제기구와의 협력이 절실하고, 많은 후원자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권 박사는 “전쟁에 지친 아프간 사람들이 바로 설 수 있도록 6.25 이후 우리가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사랑을 관심을 그들에게 돌려줄 때”라고 말했다.
후원문의는 NEI (626)744-0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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