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서<소노마 한국학교 교장>
뜻밖의 일이었다. 지난 주말 한국학교 가족들이 모여 바쁘게 진행되고 있던 학교 행사가 중간에 갑자기 중단되었다. 모두 의아하고 있는 사이 강당 문이 열리며 촛불을 가득 밝힌 케이크와 난초 화분이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생일 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사랑하는 교장선생님, 생신 축하합니다. 미처 저지할 틈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아직 한번도 그런 축하를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몹시 당황했다. 올 마지막 행사인 반별 합창 대회와 가족창 대회 그리고 학부모회 Raffle 행사와 점심식사가 계속해서 바쁘게 이어지고 있는 때였다. 얼떨결에 함께 받은 선물권은 아직 개봉하지 않은 채 좀 따져보려고 벼르고 있는 중이다.
누가 생일을 알아낸 것이며, 어떻게 학교 행사에 의논도 없이 넣게 되었는지를. 다행인 것은 모레 저녁 이사장님 댁에서 교사 사은의 밤 행사를 베풀어주신다고 초대를 해주셨으니 기회가 있어 좋다. 해마다 시집 식구들은 미국식 깜짝 생일 파티를 즐기고 있다. 남편과 나는 그게 영 정이 안 가고 거북해 보인다. 우리는 생일이나 기념일 한달 전쯤에 계획을 세워 냉장고에 붙이고 점검을 하는 편이니 언제나 깜짝 파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두 아들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늘 새로운 프로그램과 연출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려고 애써왔다. 초대 손님의 수만 형편에 따라 달라질 뿐이지 생일이나 기념일을 깜빡하고 그냥 잊어버리고 지난적은 없었다. 그러나 39년 동안 나의 학교 생활은 예외였다. 반 학생들의 생일 축하는 잊지 않고 챙겼으나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방책의 일환으로 담임의 생일은 언제나 재미있게 비밀에 붙였었다. 그런 기록이 그만 올해 2005년에 깨어져버렸다. 뜻밖의 선물을 받게 된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뜻밖의 선물은 너무나 많다. 내게 주어진 소중한 오늘이, 나를 찾아오는 내일이 뜻밖의 선물이 아니고 무엇이랴. 아직도 남아 있는 한 주간도, 크리스마스의 축복도 모두가 뜻밖의 선물이 아니고 무엇이랴. 지금 뜻밖의 선물을 헤아려보고 있는 이 시간, 정말 뜻밖의 감사가 고요히 밀려오고 있다. 고요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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