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들이 강의실 내에서 정치관련 발언을 자주하고 특정 정치인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잦아 이를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02년 여름 펜실베니아에서 열린 공화당원 피크닉에서 공군 출신 제니 브라운이 주하원의원인 깁슨 암스트롱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펜실베니아 주립대 요크 캠퍼스에서 공부하는 브라운은 물리학 교수에 대해 입을 열었다. 브라운은 교수가 강의시간에 반복적으로 부시 대통령을 폄훼하고 이라크 전쟁을 비난했는데 “그럴 수 있느냐?”며 물었다. 브라운은 물론 교수의 발언이 부적절한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전했다.펜실베니아에서 브라운이 촉발한 이 이슈는 과연 주립대학 교수가 강의시간에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학생들에게 ‘강요’할 수 있는가 하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교수와 생각이 다른 학생들로서는 그저 일방적으로 교수의 얘기를 들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공화당이 이를 문제 삼기 시작한 것이다.
학생은 이념 달라도 불이익 우려 입 벙긋하기 힘들어
보수파들 “교수 독선 막자” ‘학문 권리장전’ 입법 추진
양원 위원회 구성 두 차례 공청회 후 권고안 마련키로
“법제화보단 대학의 자율적 정화노력이 바람직” 대세
양당의원들이 동참한 위원회가 구성돼 지난달 피츠버그에서 한 차례 공청회를 가졌으며 1월 8일 필라델피아에서 다시 공청회를 가질 예정이다. 위원회는 오는 6월 이 이슈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입법을 통한 개선 여부를 결정하고 나름대로 권고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보수 논객이며 대중문화연구센터(Center for the Study of Popular Culture) 회장인 데이빗 호로위츠는 의원들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전개하고 있다. 입법추진 법안은 ‘학문권리장전’(Academic Bill of Rights)이다. 학교에서 자유로운 토론을 보장하고 학생들이 그들의 정치적 견해 차이로 인해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자는 법안이다.
호로위츠는 이 법안 추진이 초당적인 캠페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캠페인은 교수 가운데 민주당 지지자가 공화당 지지자들보다 많다는 연구보고서들에 기초하고 있다. 산타 클라라 대학의 경우 2003년 현재 경제학 교수 가운데 민주당 지지자와 공화당 지지자의 비율이 3대 1이었고 인류학과 교수의 경우 30대 1로 나타났다.
호로위츠는 자신이 입법을 추진한 데 대해, 대학이 학문의 자유 규정을 무시하고 정부의 간섭 없이 대학 자율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전국대학교수협의회의 원칙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교는 문제점을 안고 있으면서도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게 호로위츠의 명분이다.
하지만 대학 측은 벌떼 같이 달려든다. 대학의 교직원들은 보수파들이 문제를 확대해석하고 이념적인 이슈를 캠퍼스에 가지고 들어와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교수협의회 회장을 지낸 조앤 스캇 프린스턴대 교수는 피츠버그에서 열린 1차 공청회에서 “대학은 자정기능을 갖추고 있으므로 외부의 간섭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UCLA역사학 교수 러셀 자코비는 “위원회나 검찰이 강의 내용과 교수의 과제물을 조사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슈는 아직은 행동보다는 토론 단계에 있다. 콜로라도와 오하이오는 ‘학문 권리장전 법안’에 반대했다. 대학이 관련 규정을 보다 엄격히 적용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조지아는 교수에 의한 정치적 이념적 주입을 경계하는 규정을 채택했다. 또 다른 3개 주도 학문 권리장전 입법에는 반대 입장을 보였다.
연방 의회 상하양원 위원회는 대학에서 자유로운 토론이 정착되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교수와 학생이 교실에서 토론을 할 때 차등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 법안에 대한 표결이 실시될 공산이 크다.
호로위츠의 대중문화연구센터는 전국 규모의 ‘학문의 자유를 지지하는 학생들’(Students for Academic Freedom)이라는 단체를 만들었고 웹사이트를 통해 교수들의 편향된 강의 사례를 접수하고 있다. 그 단체는 전국 150여개 캠퍼스에 지부를 두고 있다.
로즈 아일랜드대학을 졸업한 나다니엘 넬슨은 과거 철학교수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자주 말하고 부시를 강력히 비난했다며 웹사이트에 그 내용을 올렸다. 넬슨은 “내가 공화당 지지자라고 하자 교수가 내게 공화당의 이념을 변호해보라고 시킨 적이 있다”며 “교수가 강의 첫 날 수강을 원치 않으면 나가라고 했으나 다른 과목을 수강할 게 없어 하는 수 없이 강의를 들었다”고 했다.
펜실베니아 주의원들은 18개 주립대학에서의 정치적 분위기가 의회의 액션을 필요로 할 정도인지 검토하고 있다. 펜실베니아 주하원의원인 깁슨 암스트롱은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학문 권리장전 법안’을 굳이 법제화할 필요가 있는지 확신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이슈를 조사하기 위해 구성된 의회의 위원회에 소속된 민주당 의원들은 이러한 작업이 시간낭비일 뿐이라고 했다. 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공화당 의원 토마스 스티븐슨도 민주당의원들과 같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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