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한 모임에서 퀴즈로 선물을 탔다.
말장난을 싫어해 퀴즈가 시작되면서 심드렁하게 앉아 있던 내가 답을 맞출 수 있었던 것은 문제가 운 좋게도(?) 직업과 연관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기자, 목사, 경찰 세분이 식사를 했습니다. 누가 밥값을 냈을까요?’
아니! 이건 땅 짚고 헤엄치기 아닌가.(기자로서 답하기가 뭐했지만, 또 기자들도 밥값 낼 때가 있지만 정답은 정해져 있었기에) “식당주인이요!” 외치자 생각지도 않은 선물이 주어졌던 것이다.
지난 연말 타운 모임엔 선물이 넘쳐 났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베풀고 싶은 마음에, 떠날 때는 빈손이 안되도록 주최측은 기를 쓰고 상품을 마련했다.
어떤 경우에는 물건은 많이 남았는데 밤은 깊어가, 애써 마련한 선물들을 그 값어치만큼의 대접도 해주지 못하고 퍼대기 하듯 마구 내주기도 했다.
재수 좋게 공짜 선물 받은 사람이 투정부리는 것 같다고?
커뮤니티 성장과 함께 모임이 많아지고 규모도 커지면서 행사의 의미가 외형과 물질에 퇴색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선물 마련에 들어갔을, 보나마나 일부 반강제 도네이션에 주최측의 심신, 재정적 노력을 좀더 의미 있게 쓸 수 있지 않았을까.
게다가 한인들은 통도 커서 선물의 양은 물론이고 질의 수위도 높아졌다. 그러다 보니 웬만한 상품은 받아도 시들하다.
비행기표나 김치냉장고 정도는 돼야 상품 타는 기분이 느껴진다.
미국인들은 어떤가. 쩨쩨하다. 엄청 쩨쩨하다. 한 미국인상공회의소의 골프모임에서는 시리얼도 상품으로 버젓이 나와 있는 것을 보았다.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었으나 구태의연한 행태는 재연될 조짐이다.
참가자 수가 많아야 성공한 행사라는 외형 팽창주의가 팽배하다보니 갈수록 주최자는 행사 본질 이상으로 물질에 신경을 쓰고 참가자들은 공짜에의 기대가 높아진다.
오렌지카운티 노인회 한 임원은 다음달 대보름 행사가 벌써 걱정이다. 점심은 대접하지만 갈 때 나눠줄 선물이 없다고.
맛있는 free lunch에 다른 노인들과 옛 대보름 화제로 정담 나누다 가면 그것으로 괜찮은 명절 하루가 되지 않을까.
짜고 알맹이 있는 행사들을 올핸 만나고 싶다.
<김현숙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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